변종의 늑대: 스타트업의 진화와 성장 보고서

세상에 없는 자신만의 상품으로 승부...창업은 돈이 아닌 야생성의 문제

2020-05-12     펫헬스

자본 없이 시장에서 이기는 ‘야생’의 성공법칙

바야흐로 공장도, 유통도, 자본도 필요 없는 시대가 되었다. 더 이상 고정된 계획도, 통용된 규칙도 먹히지 않는다. 이것은 곧 과거와 현재를 가르는 결정적 장면이다.

이 파괴적인 틈새를 뚫고 들어온 이들이 바로 ‘변종의 늑대’다. 변종의 늑대라 불리는 젊은 스타트업들은 과거 70~80년대 창업 세대나 2000년대 초 벤처 세대와는 또 다르다.

기술과 감성 중심으로 재편된 지금의 비즈니스 생태를 그들만의 방식으로 이해하고, 자본이 없다는 것을 ‘야생성’으로 돌파함으로써 기존 시장을 파괴해나간다.

최초 전화번호부 배달 앱으로 시작했던 우아한 형제들의 ‘배달의민족’이 4조 8,000억 원의 큰 금액으로 매각된 일이나, 금융결제 앱 ‘토스’가 최근 8,000만 달러의 자금을 유치하며 창업 4년 만에 2조 7,000억 원의 가치를 인정받은 일들은 젊은 스타트업의 파괴력이 어느 수준인지 실감케 한다. 더군다나 아시아나항공이 2조 4,000억 원에 매각되었다는 점을 상기해보라.

하지만 이러한 큰 가능성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창업을 죽음의 늪이라고 의심한다. 스타트업 열풍도 자영업의 몰락과 함께할 것이라 치부한다. 자본도, 공장도, 사람도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상황에서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겠느냐며 포기한다.

그러나 ‘토스’ 창업자 이승건 대표가 안정적 미래가 보장됐던 치과의사를 그만두고 창업에 뛰어든 것은 스타트업 생태계의 낙관적인 변화를 읽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는 다양한 아이템으로 창업에 도전했고, 2012년 청년창업사관학교 입교를 계기로 무수한 노력이 뒷받침되어 오늘날 큰 성공 스토리의 주인공이 되었다.

이처럼 지금의 스타트업 생태계는 유례가 없을 만큼 창업자들에게 기회의 땅을 제공하고 있다. 수많은 대기업과 벤처 캐피털이 쓸 만한 스타트업을 발굴하고자 밤낮없이 찾아 헤맨다.

정부의 지원금도 ‘눈 먼 돈’이라 치부할 수 없을 만큼 찾아보면 새로운 인재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 확실한 ‘팩트’다.

10여 년 간 460여 명의 유망인재를 양성해왔던 넥스트챌린지 김영록 대표는 “창업은 청년들이 돈을 버는 방법 중 가장 비용이 저렴하다. 더군다나 지금은 유사 이래 창업에 가장 우호적인 시기다. 자금을 마련해 창업에 뛰어들었던 것은 옛날 방식이다.

이제는 아이디어만 있다면 명함 파는 일로도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고 한다. 실제로는 돈이 없어서 스타트업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야생성이 부족해서, 용기가 부족해서 기회의 땅에 발을 딛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는 반문이다.

변종의 파괴자로 시작해 시장의 주인이 되기까지

저자가 말하는 ‘변종의 늑대’들의 가장 큰 강점은 개성 강한 자기만의 방식으로 비즈니스를 이해하고 그것을 관철해내는 힘이다.

시장성을 우선하는 것이 아니라 특유의 감성과 필요성을 먼저 인식하고, 제품에 상품성을 입혀 세상에 없는 자신만의 것을 완성한다. 무난한 것을 지양하고 특별함에 보편적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다. 비즈니스를 바라보는 기존의 방식이 완전히 달라진 셈이다. 여기에 그들은 포기를 모르는 강한 근성까지 지녔다.

1,458번의 해킹을 막아낸 젊은 보안솔루션 회사 ‘에버스핀’, 종이 식권을 없앤 ‘식권대장’, 전기면도기 크기의 휴대용 초음파진단기를 개발한 ‘힐세리온’ 등, 이 책에서 소개된 다양하고도 활기 넘치는 변종의 늑대들을 보자면, 누구나 한 번쯤 자기 사업에 대한 도전 의식이 생긴다. 부록에서는 다양한 지원 사업을 소개하고 있어,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에게 실질적으로 유용한 정보가 많다.

미국, 중국, 영국, 인도뿐만 아니라 전 세계 곳곳에서 스타트업을 키우기에 혈안이 되고 있다.

프랑스는 예술 대신 창업을 선택해 이제 대학생 2명 중 1명이 창업을 한다. 핀란드는 마이너스였던 경제성장률을 스타트업을 통해 끌어올렸다.

에스토니아는 전자영주권과 법인세율 0%를 강조하며 국내외 스타트업을 끌어 모으고 있다. 또한 전 세계 수많은 자본과 대학 인재들의 관심이 스타트업을 정조준하고 있다. 스타트업은 이제 무시할 수 없는 세계적 흐름이자 성공의 키를 쥔 판도라의 상자나 다름없다.

이 상자 속을 구경한 사람과 구경하지 않은 사람의 생존 여부는 분명하게 갈린다. 이전처럼 그저 흘려버리고만 말면 도태되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 설 자리 자체를 잃게 될 것이다.

이 책은 변종의 늑대, 아니 그 기질을 가진 당신의 특별함을 발견하는 안목을 기르는 일부터 시작해, 기존의 질서를 파괴하는 아이디어가 어떻게 주류가 되고 세상을 지배하는지, 또한 그 최전선에 있는 변종의 늑대들이 어떻게 역동적으로 이를 준비하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이 부분만 읽어도 득템


1. 세계 최대의 온라인 B2B 거래 플랫폼인 알리바바에는 재고가 없다. 세계 최고의 콘텐츠 기업으로 불리는 페이스북은 콘텐츠를 생산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에어비앤비는 부동산을 소유하지 않고 우버는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택시가 단 한 대도 없다. 우리나라 최대의 음식배달 애플리케이션인 배달의 민족은 직접 식자재를 구매하거나 식당을 운영하지 않는다. 지금의 기업들은 이런 방식으로 시장을 점령해서 기존의 반석이라고 여겨졌던 시장을 가루로 만들어버린다. 전통 기업들은 그들로부터 단절되어 사라져버린다. 2000년 이후 <포천> 500대 기업의 절반이 사라진 것 역시 지금과 같은 변화의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단절됐기 때문이다. 지금은 바야흐로 ‘경제적 빅뱅’의 시대다. 스타트업이 또 한 번 기업 생태계를 진화시키고 있으며, 이것은 결코 과장된 이야기가 아니다.-15쪽

2. 새로운 자본주의가 스타트업을 간절히 원한다는 말은, 곧 스타트업의 역할이 매우 독특하고 긍정적이라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과연 그들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가. ‘왜 지금의 자본주의가 스타트업을 간절하게 원하고 있는가?’ 가장 주요한 역할은 새로운 동력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활력이 떨어진 기존의 경제 생태계에 파괴적 혁신을 일으키는 그들은 시장을 폭발적으로 키움은 물론, 경쟁업체까지 자극한다. 결과적으로 스타트업은 기존의 경제 질서를 이끌어온 생태계를 좀 더 건전하게 바꾸어 나가는 중이다.-34~35쪽

3. 판교족의 가장 큰 특징은 창업을 통해 더 큰 발전을 도모한다는 것이다. 특히 공시족과 완전히 차별화되는 특성은 바로 ‘자기 주도성’이다. 그들은 누구보다 ‘내 인생을 주체적으로 살고 싶다’는 열정이 가득하다. 그래서 직접 목표를 설정하고 인생의 레일을 스스로 만들어 밟아나간다. 국가와 기업이 만들어놓은 논리나, 그들이 중요하게 생각했던 과거의 가치는 그들의 가슴을 흔들지 못한다. 그런 논리보다 판교족은 ‘자신이 직접 세우고 가치 있다고 여기는 논리’가 더 중요하다. 이에 따라 업을 결정하고, 업무를 선택하고, 일의 양을 조절하고, 출퇴근을 한다. 남이 아닌, 나에 의해 움직이는 삶. 이러한 목표의식과 자기 주도성이 바로 그들을 스타트업 세계로 이끈다.-43쪽

4. 창업의 트렌드와 그 방식이 달라졌다는 것은 결국 경제의 운용방식이 달라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량생산과 대량소비가 주축이었던 시대에는 거대자본과 많은 노동자가 필요했다. 그러니 창업자의 진입장벽도 당연히 높았다. 창업을 하더라도 무겁고 외롭고 고독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IT가 새로 깔아놓은 플랫폼과 디지털 기술들의 초연결성은 독특한 아이디어만 있으면 얼마든지 글로벌 사업까지 염두에 둘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냈다. 더 나아가 빠르게 소비자들의 반응을 살펴보고 재빠르게 방향 전환을 할 수 있는 피봇도 가능해졌으니 훨씬 가벼운 마음으로 창업을 시작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셈이다.-59쪽

5. 국가는 단순히 스타트업에 자금을 대고 그들을 육성하는 차원에서 이 문제를 바라보아서는 안 된다. 스타트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했을 때 사회는 어떻게 변할 것이며, 그에 따른 문제는 무엇인지, 그때 사회를 어떤 방식으로 안전하게 지킬 것인지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66쪽

6. 과거의 경우, 한 해 계획을 세우면 향후 2~3년 동안은 그 계획의 기조에 큰 변화가 없었다. 지난해 판매량 데이터만 있으면 책상에 앉아서도 올해나 내년 판매량을 어림잡아 예측하고 계획을 세울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이런 안정적인 판 자체가 사라졌다. 산산조각 났다. 지난해 데이터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과거 하청업체에 불과했던 작은 기업들이 순식간에 대기업의 턱밑까지 치고 올라와 자리를 위협한다. 그중 어떤 기업은 아예 판을 뒤엎는다. 가만히 앉아만 있다가는 어퍼컷을 맞고 전세가 역전되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를 한마디로 말하면 ‘동시다발적 붕괴와 창조’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경영전략가들은 이를 ‘빅뱅 파괴’라고도 부른다.-86~87쪽

7. 지난 2018년 벤처 투자자로 변신한 존 체임버스 전 시스코 회장은 자신의 SNS에 이런 글을 남겼다. “나는 대기업들이 앞으로 10년 동안 고용을 늘릴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앞으로 고용 창출은 스타트업이 할 것이다. 앞으로 국가의 모든 문제는 스타트업이 일하는 방식으로 해결할 필요가 있다.-107쪽

8. 자비에 니엘은 프랑스 10대 부호 중 한 명으로, 그가 보유한 자산은 약 10조 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런 그가 프랑스 창업 생태계를 조성하고자 들인 사비만 무려 4,500억 원이 넘는다. 24살에 백만장자가 되었다는 화려한 타이틀을 얻기까지 그 역시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을 것이다. 하지만 더 멋진 것은 그런 실패를 딛고 성공한 다음의 행보다. 그는 자신이나 자신 회사만의 영예를 누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많은 돈을 투자해 여러 스타트업을 후원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불평등에 대한 문제의식’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그가 프랑스의 한 벤처 전문 뉴스와 인터뷰한 내용을 보면, “최고 대학이 점점 특권층 집안 출신 학생들로 채워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곳을 졸업한 학생들이 주요 직업을 독차지하고 있고요. 이것은 큰 문제입니다.”라고 지적한 부분이 나온다. 어쩌면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더 나은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힘쓴 니엘 덕분에 프랑스 스타트업 생태계가 더 빨리 궤도에 오른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119~120쪽

9. 알토대학이나 핀란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기 전까지 핀란드 대학생들은 창업에 회의적이다 못해 냉랭했다. 노키아가 망하기 전까지만 해도 대학에서 창업하려는 학생들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100명 중 5명 정도 겨우 관심이 있었다고 할까. 하지만 현재는 “절대 창업하지 않겠다.”라고 대답하는 학생의 수가 이 정도이다. 또한 핀란드 정부와 학교, 기업이 긴밀하게 연계하여 집중적으로 노력하고 지원한 덕에 핀란드 스타트업은 그 개수도 늘어났지만 투자금도 상당한 규모의 수준으로 유치했다. 2017년을 기준 투자금은 3억 4,900만 유로로, 2012년에 비해 무려 100% 이상이 증가했다. 한화로 따지면 4,500억을 뛰어넘는 금액인데, 그 규모가 실로 어마어마하다.-139쪽

10. 정부의 규제와 간섭에 대해서는 정치인들의 인식도 분명 변해야 한다. 법을 제정하는 사람들이 정치인들이기 때문에 이들이 스타트업에 대한 통찰력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변화는 요원하다. 특히 현재 국회에 계류된 1,000개의 법 중에 진흥법이 300개라면, 700개는 규제에 관련된 법이다. 한 국회의원이 “정부가 규제에 대한 현실과 철폐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더 많은 규제가 양산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라고 말할 정도다.

사냥감을 향해 빠르게 달려가는 늑대와 함께 나아가려면 늑대의 속도에 맞춰야 한다. 공무원도, 정치인도, 빨리빨리 도전하고 안 되면 새로운 방법으로 또다시 도전하는 스타트업의 업무 방식에 맞출 필요가 있다. 이것이 되지 않은 채 앞서 나간 늑대가 오히려 공무원과 정치인을 되돌아보게 하는 것은 늑대의 힘을 빼고 목표를 포기하게 만드는 결과를 부를 뿐이다.-24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