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루시법 vs 한국 루시법…“길고도 지루한 싸움 될 듯”
글 / 김진만
서울대 농화학과 대학원 졸업
제약회사에서 연구원으로 근무
이뮨리아드 대표
우리동물문화연구소 부소장
지난해 말 루시법(동물보호법 개정안)이 발의되어 펫산업계가 온통 발칵 뒤집혔습니다.
카라를 비롯한 동물권 단체들은 결코 물러날 기미가 안 보입니다. 개식용 금지 이래로 최고의 이슈라 생각하는 듯합니다.
많은 분들이 알고 있다시피 내용은 ‘반려동물 경매업 금지, 펫샵에서 판매 가능한 동물의 연령을 6개월 이상으로 상향, 60개월령 이상 교배 및 출산 금지’가 골자입니다.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반려동물의 공장식 번식과 판매를 금지하기 위한 이른바 '한국판 루시법'을 대표 발의했다고 지난해 11월 24일 밝혔습니다. 위 의원과 동물권행동 카라 등 동물권 단체는 개정안 발의 전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도 열어 ‘루시법을 계기로 구조적 동물학대가 철폐되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반려동물 산업계에서도 반대 성명서를 비롯해 제주도 집회를 하는 등 적극 대응하고 있습니다. 안타깝지만 길고도 지루한 싸움이 예상됩니다.
루시법(Lucy’s Law)은 2018년 영국에서 제정되었습니다. 펫샵에서는 6개월령 미만의 동물 판매를 금지하고, 전문 번식업자를 통해서만 반려동물을 입양할 수 있도록 한 법입니다. 영국의 개 번식장에서 구조됐지만 반복된 임신과 출산으로 결국 사망한 킹찰스 스패니얼 종이었던 루시의 이름을 따 만들어졌습니다.
먼저 이러한 글을 보면서,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들이 몇 가지 있어서 이를 지적하고자 합니다.
첫째로 루시법 자체는 영국이 아니라 잉글랜드 지역에서만 발효된 법이며, 웨일즈는 이 법을 거부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잉글랜드가 면적으로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서 그렇지, 영국도 모두 찬성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외국의 강아지 공장과 우리나라의 강아지 공장은 전혀 다르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루시법은 오히려 유기견을 더 늘릴 수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우선 외국의 강아지 공장과 우리나라의 강아지 공장을 비교해보겠습니다.
일단 오해가 있을 것 같은데, 원래 강아지 공장이라는 단어는 매우 애매하기 때문에 대개 대량번식장 정도로 정의하면 될 듯합니다.
각국에는 다 농장 허가 시스템이 있으며, 영국에서도 종종 강아지 학대 농장이 발견됩니다. 좀 심한 경우도 나타나기도 하는데, 2016년 다음과 같은 사례가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어느 나라나 일부가 전체를 욕먹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안락사를 사진처럼 한 것인데 누가 봐도 이것은 좀 끔찍합니다. 더군다나 산채로 묻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영국의 농장 전체가 이렇다고 말하진 않습니다.
반면에 우리나라에서 최근에 1000마리가 넘는 강아지 농장이 발각되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처음에는 허가를 받았을지 몰라도 그들이 운영하는 형태는 불법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들이 합법적인 강아지 농장이라고 말하면 안 됩니다. 그런데 최근 루시법은 우리나라의 모든 농장이 마치 이럴 것이라고 가정하고 법을 만들고 있습니다.
국회에 올라와 있는 문서에는 루시법을 아래와 같이 정리해 놓고 있습니다.
가. 시·도지사 등이 소유권을 취득한 동물을 민간단체 등에게 기증하거나 분양할 경우 시·도 조례로 규정하던 세부사항을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규정하도록 함(안 제45조제1항 및 제4항).
나. 영업자와 그 종사자의 준수사항에 동물의 경매와 투기를 목적으로 하는 동물 거래의 금지를 추가함(안 제78조제1항제12호 및 제13호 신설).
다. 동물생산업자의 준수사항에 월령이 60개월 이상인 개·고양이의 교배 또는 출산 금지, 월령이 6개월 이상인 동물 총 100마리 초과 사육 금지, 유전질환을 가지고 있는 개·고양이의 교배 또는 출산 금지 등을 추가함(안 제78조제2항제1호, 같은 항 제1호의2부터 제1호의4까지 신설).
라. 동물판매업자의 준수사항에 개·고양이의 판매 금지 월령 기준을 기존 2개월에서 6개월 미만으로 하고, 동물을 판매하는 경우 구매자를 만나 직접 전달하도록 하며, 경매를 통한 거래의 알선 또는 중개를 금지함(안 제78조제4항제1호, 같은 항 제3호·제4호 신설 등).
마. 교육을 받아야 하는 영업자가 직접 교육을 받도록, 종사자 중 책임자를 지정하여 영업자를 대신하여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현행 조항을 삭제함(안 제82조제5항 삭제)
이상의 법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 법은 영국의 루시법과는 전혀 다른 법안입니다. 영국의 루시법은 흔히 말하는 6개월령 이하의 애견을 펫샵에서의 판매를 금지시켰지만 번식자를 통한 직접 판매는 8주부터 판매가 가능합니다.
영국의 루시법은 사회적인 반발이 거의 없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 이유는 원래부터 영국과 같은 나라는 개를 브리더를 통해서 구입하는 것이 좋다는 인식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러한 규정이 영국의 국민들에게 큰 불편함을 주는 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워낙 브리더 문화가 발달하여 손쉽게 지역의 브리더를 통해 개나 고양이를 구매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6개월령 미만 판매를 금지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정말 개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법을 만들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미 3개월이면 사회화가 끝나기 때문에 6개월령의 개들은 사회화가 극히 힘들어집니다.
따라서 만약 이 법이 도입되어 6개월 이상의 개를 입양한 사람들은 여러가지 문제로 실망하고 개를 환불조치를 요구할 수 있으며, 환불 안 하고 어찌어찌 시간이 흐르면 개가 더 많이 버려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영국의 루시법은 따지고 보면 번식업자에게 유리한 법안이지만, 우리나라의 루시법은 번식업자에게 불리한 법안입니다. 6개월까지 키워야 하기 때문에 번식에 드는 비용을 증가시킵니다. 이렇게 된다면 결국 번식업은 줄어들 것입니다.
위성곤 법안의 문제점은 가정견은 규제하지 않는다는 것인데 공정하기 위해서는 가정견도 6개월 이전에는 분양을 금지시켜야 합니다. 돈을 버는 사람은 금지시키고, 돈을 안 버는 사람은 금지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죠.
그렇게 생각하면 이 법안은 결국 개,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이 사라질 수밖에 없게 된다는 것입니다. 특히 개도 문제지만 고양이가 문제인데, 개보다 고양이의 사회화가 더 어렵습니다.
루시법이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곳이 있습니다. 천연기념물인 진돗개라고 봅니다.
진돗개는 평생 주인을 잘 바꾸지 않습니다. 한 번 키워보신 분들은 성견을 다른 사람에게 준다고 해도 그 사람을 주인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 수 있습니다. 매일 밤 하울링하는 소리를 듣기 힘들어서 결국은 다시 원래 주인에게 돌려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므로 진돗개은 분양이 안 될 것이고, 진도에서 더 이상 진돗개를 키우는 것이 수익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진돗개를 키우는 사람들은 이제 다른 수익사업을 찾아야 하기 때문에, 결국 진돗개 키우는 것을 포기할 것입니다. 진돗개는 사라질지도 모릅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에서 펫샵에서 반려동물 판매를 금지하는 것이 과연 맞는지 의심스럽습니다.
이것은 브리더와 펫샵의 의견이 다릅니다. 우리나라는 브리더를 찾아가는 문화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펫샵이 없어지면 일반인들이 브리더를 찾아갈까요? 언듯 보면 가능할 것도 같은데 실제로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에서 개를 키우기 위해서는 서울에서는 일단 법적으로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러면 경기도나 다른 지역으로 가서 개를 보고 데려와야 하는데, 그런 여유가 있는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
우리나라 사람은 그냥 적당한 개를 키우는 사람이 훨씬 많습니다. 그런 사람에게 펫샵은 믿을 만한 시스템입니다.
더군다나 다른 사람의 직업을 없애는 것은 사람에게 따라서는 살인과 같은 충격인데 그것을 이렇게 간단히 정해도 되는지 저는 정말 묻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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