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회에 “급식소 설치 조례 철회” 민원신청 잇따라
찬성 주민들 “효과적 개체관리·동물과 공존해야” 반격

길고양이들이 낡은 담벼락 위에 앉아있는 모습. 사진 전국길고양이보호단체연합
길고양이들이 낡은 담벼락 위에 앉아있는 모습. 사진 전국길고양이보호단체연합

경기도 내 길고양이 급식소를 보다 용이하게 설치·운영할 수 있도록 한 새로운 동물보호 조례안이 본격 시행되면서 급식소 설치를 둘러싼 주민들 간 갈등이 재점화 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새 조례안 시행을 계기로 최근 점차 잔혹화 경향을 보이는 고양이 학대사건이 더 확산되지는 않을까하는 우려의 목소리마저 나온다.

경기도의회는 지난 10월 길고양이 급식소 설치·운영에 대한 제도적 근거를 담은 ‘경기도 동물보호 조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길고양이 개체 수의 효과적 관리와 쾌적한 도시환경 조성을 위해 ‘길고양이 급식소’ 설치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또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문제가 동물학대 사건으로 비화되는 등 갈등이 심화되는가 하면 급식소 설치 반대 민원도 계속되는 상황인 점을 고려해 보다 용이하게 길고양이 급식소 설치가 필요하다는 동물보호단체와 주민들의 의견도 반영됐다는 해석이다.

이를 위해 조례안은 도지사가 시장·군수와 협의해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생활권공원 중 소공원 및 근린공원에 길고양이 급식소를 설치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경기도는 지난달 2일 새 조례안이 본격 시행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김성식 경기도 축산산림국장은 “동물 보호·복지 문화 확산 정책에 대한 근거 마련으로 사업의 연속성, 예산 확보가 가능해져 생명 존중 가치 실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경기도 실정에 맞는 동물보호 관련 사업이 안정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경기도교육연구원 내 설치된 길고양이 공공 급식소. 사진 경기도
경기도교육연구원 내 설치된 길고양이 공공 급식소. 사진 경기도

현재 경기도 지원을 받아 운영되는 공공 급식소는 138곳이다. 2019년 53곳, 2020년 50곳을 설치한데 이어 올해는 목표치인 56곳 중 35곳의 설치를 완료한 상태다. 또한 경기도는 길고양이 급식소가 단순히 밥만 주는 것이 아니라 시설을 통한 보호 활동과, 중성화를 통해 개체수를 효과적으로 관리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달 들어 급식소 설치를 반대해 온 주민들을 중심으로 경기도의회에 ‘길고양이 급식소 설치를 중단해 달라’며 조례 철회를 요구하는 민원신청이 집중되고 있다. 길고양이는 공중위생에 좋지 않은데다 전염병 전파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주된 근거다. 급식소 설치에 찬성하는 동물보호단체에 대한 공격도 이뤄지고 있다.

반대 민원을 접수한 한 우 모씨는 “길고양이는 그 자체로 살아있는 전염병 덩어리”라며 “고양이 급식소 설치는 캣맘이 아니라 환경부나 생태학자들과 같은 생태환경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해 결정해 달라”고 밝혔다.

오 모씨는 “길고양이는 주민들 생활에 소음과 똥오줌, 질병, 공격 등 각종 피해를 입힌다”며 “고양이 중성화는 이미 개체수가 너무 많아 효과가 무의미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개인의 법익을 아무런 보상 없이 침해하는 길고양이 급식소 반대”, “특정 동물단체의 실적 쌓기, 이기심 채우기 정책”, “도민동의 없는 특정단체의 입김만 들어간 악성행정”, “캣맘의 무분별한 급여로 인해 길고양이 개체수 증가” 등 비난성 민원도 적지 않다.

급식소 설치를 찬성하는 주민들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민원인 김 모씨는 “적극적인 중성화 사업을 하면서 급식소 운영을 병행한다면 길고양이의 개체수가 급격하게 느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며 “또한 그들에게 양질의 사료를 공급함으로써 음식쓰레기나 동물의 사체를 섭취하는 것을 막아 전염병 발생 가능성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서 모씨는 “급식소를 설치해 주변 골목을 오히려 정비할 수 있고 길고양이들의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길고양이가 도로 위 주차된 차 밑에서 쉬고 있다. 사진 경기도
길고양이가 도로 위 주차된 차 밑에서 쉬고 있다. 사진 경기도

박 모씨는 “길고양이들은 사람을 해치지도 환경을 더럽히지도 않는다”며 “중성화수술로 개체수조절도 하고 있으니 길고양이들이 추운 겨울 잘 날 수 있게 급식소를 설치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추운 겨울 굷거나 얼어죽는 길냥이가 길에 즐비한 것 보다는 인간과 더불어 살아가는 길냥이들의 급식소를 마련해 줘야 한다”, “길고양이들이 추운 겨울 잘 날 수 있게 급식소를 설치해야 한다” 등의 동물과 인간의 공존을 강조한 글들도 다수 올라오고 있다.

특히 길고양이를 대상으로 한 잔혹범죄 우려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한 민원인은 “아파트 고양이 살해사건, 푸들 19마리 학살 사건 등 동물학대가 판을 치는 세상에, 급식소를 설치하면 그런 인간들의 좌표가 돼 버리는 것은 아닐까 걱정된다”며 “급식소가 설치된다면 동물보호법을 강화해 학대범을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경기도의회에 신청한 길고양이 급식소 설치 관련 찬반 민원은 최근 6일 동안 450여건이 제출됐다.

[신은영 기자 / 빠른 뉴스 정직한 언론 ⓒ펫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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