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국가적 반려동물 정책 추진 기관 돼야…산하에 유기동물보호소 설립도
글 / 이혜경 펫비즈니스 칼럼니스트
지난 3월 9일 치러진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반려동물 공약 측면에서 본다면 ‘동물복지진흥원’ vs ’동물복지공단‘으로 요약할 수 있다. 재미있게도 두 후보 모두 반려동물에 관한 독립적인 기관을 만들겠다고 공약한 것이다.
이 공약들은 지금과 같이 농림축산식품부 동물복지정책과와 각 지방자치단체 축산과의 역량만으로는 더 이상 반려동물 관련 정책을 펼칠 수 없다는 공통된 현실 인식에 바탕을 두고 있다.
실제로 지금도 각 지방자치단체의 동물보호 담당 보직은 일부 반려인들의 지나친 민원으로 인해 아무도 맡고 싶어 하지 않는 기피 보직으로 낙인찍혔다.
이 상황에서 반려동물을 위한 독립된 조직인 ’동물복지공단‘ 설치를 내세운 윤석열 당선인의 반려동물 공약은 많은 반려인과 반려동물 관련 이해관계자들에게 희망을 가져다주기에 충분하다고 본다.
필자는 반려동물의 행복과 반려인의 기대를 충족하기 위해 새 정부의 반려동물 전담 조직인 ’동물복지공단‘이 담당해야 할 일들을 서술코자 한다.
윤석열 당선인 캠프에서 반려동물가족행복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허영 대한수의사회 정무 부회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동물복지공단에서는 반려동물이 자주 겪고 부담이 큰 질환에 대해 진료항목의 표준화를 실시하고자 한다”며 “이를 바탕으로 ’진료 항목 표준화‘, ’항목별 비용 공시제‘, ’진료비 사전공시제‘, ’표준수가제‘ 등을 시행해 반려인들이 합리적인 진료비를 부담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펫산업계, 동물복지공단 내부에 ’반려동물 산업·문화 발전 기금‘ 마련해야
이 인터뷰에 따르면 동물복지공단은 장기적으로 사실상의 준조세인 반려동물 의료보험료를 모든 반려인들에게 부과하고 또 의료보험 혜택을 제공하는 기관으로 거듭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전문가들 사이에서 필요성이 제기되던 ’반려동물세‘를 세금이 아닌 준조세의 형태로 청구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그래서 모든 반려인에 대한 반려동물 의료보험을 제공하게 된다면, 동물복지공단은 단순히 반려인의 보험료 수입에만 의존하는 업무에서 갇혀선 안 된다.
한 걸음 나아가 공단 내부에 정부의 지원 예산금 제공과 펫산업계 참여를 기반으로 한 반려동물 산업·문화 발전 기금을 마련해야 한다. 이 기금을 바탕으로 반려동물 관련 정책·산업·문화 전반에 영향력을 미치는 범국가적 반려동물 정책 추진 기관이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약 공단에서 운용할 수 있는 발전 기금이 조성되면 펫산업계는 지금과 같이 시장 논리와는 무관한 세력의 입김에 휩쓸리는 현실을 타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자체에 내맡겨진 유기동물 보호권 중앙에서 모아야
또한 반려동물 산업·문화 발전 기금을 학대받는 동물의 구조와 유기동물 보호에 활용한다면 공단은 펫문화의 오랜 숙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를 쥘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어느 산업 분야건 가장 강력한 실권을 쥐고 있는 것은 시장의 플레이어인 기업들이다. 하지만 유독 반려동물 업계에서는 기업들이 아닌 다른 단체, 조직에 빼앗긴 탓에 펫산업계가 큰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기존의 불투명하고 부정부패가 가득한 일부 민간 유기동물보호소를 대체할 수 있는 동물복지공단 산하 조직으로 국립유기동물보호소의 설립을 희망하는 것이다.
국립유기동물보호소에 각 지방자치단체의 통제에 내맡긴 동물보호센터와 유기동물 보호업무를 집중시키고 각 민간 유기동물보호소에 ’에듀파인‘과 같은 회계관리 시스템 도입을 강제한다면 투명한 후원 문화가 정착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국립유기동물보호소 내에 구조팀도 운영을 하여 동물 관련 영업자와 보호소를 막론하고 동물학대를 저지르고 현행법을 하나라도 위반하는 범죄에 대해서는 공무원을 통해 용서 없이 철퇴를 휘두르고 불쌍한 피학대 동물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구조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동물복지공단이 맡아야 할 역할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철저한 동물등록 관리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주요 업무이다. 등록 동물의 철저한 관리를 통해 전국 반려동물의 개체수를 관리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튼 새 정부의 공약대로 반려동물산업 전담 기구가 출범하여 펫산업이 제대로 된 산업으로 대접받고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