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웨어 ‘동물 성학대 외국 입법례와 정책 과제’ 보고서 발간

사진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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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경기도 이천시에서 한 20대 남성이 강아지의 항문에 자신의 성기를 문지르고 삽입을 시도해 상해를 입히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동물학대행위자에 대한 엄벌과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한 달 만에 20만 명이 참여했다.

해당 청원에 대한 답변에 나선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동물학대 유형에 따라 처벌을 달리 해야 하며, 동물학대를 저지른 개인이 동물을 키우지 못하도록 할 필요성이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그 이후로 동물 성 학대를 동물학대의 유형으로 규정하는 동물보호법 개정은 이뤄진 바가 없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는 지난 14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달개비에서 '동물 성(性) 학대 외국 입법례와 정책 과제' 기자간담회를 열고 “동물보호법에 동물을 성적으로 이용하는 행위, 즉 동물 대상 성범죄 자체를 금지하는 조항을 마련해야 한다”며 “동물 성학대로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은 치료 목적의 장기적인 상담 및 교육 프로그램 이수명령을 의무적으로 병과하도록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물 성학대(animal sex abuse)는 동물이 행위자(또는 제3자)의 성적 흥분을 목적으로 사용되는, 동물과 사람 사이의 모든 형태의 접촉 및 상호 작용을 말한다.

미국에서 1973년~2015년 동물 성 학대와 관련 범죄자 456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동물 성범죄는 다른 범죄 행위와 연관성이 있을 수 있으며 직접적인 성행위 외에도 타인을 대상으로 한 성관계 유도, 고문, 시체 훼손 등 다양한 폭력 행위를 포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456명 중 52.9%는 인간 대상 성폭력, 동물학대, 대인 폭력, 약물 등 다른 범죄와 관련된 전과를 갖고 있었고, 33.2%는 아동 및 성인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범한 이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물 성범죄는 재범률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전에 동물 성 학대로 기소됐거나 유죄판결을 받은 적이 있는 남성은 이전에 수간으로 체포된 전력이 없는 경우보다 재범률이 4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도 심각하다. 동물에 인간의 생식기를 삽입하는 행위나 동물을 인간의 신체로 삽입하는(피삽입) 행위들이 동물 개체의 사망으로 이어진 건이 다수 보고된 바 있다. 또한 동물에 대한 성 학대는 인간에서와 마찬가지로, 육안으로 드러나는 병변 외에 정신적 상해를 입힐 수 있다.

특히 성학대로 인한 상해의 수의임상학적 또는 병리학적 진단이 어려운 경우도 적지 않다. 삽입 또는 마찰이 일어난 부분 외의 장기에 외상 병변(traumatic lesion)이 생기는 경우 상해가 발생한 장기를 예측하기 어려워 시진(visual inspection)의 기회를 아예 놓쳐버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해외의 주요 국가들은 동물 성 학대를 범죄 유형으로 보고 금지하는 법령을 마련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현행 형법에 동물을 동반한 성행위를 묘사하는 음란물을 대중에게 보급・접근 가능하도록 하거나, 이러한 사용을 위하여 또는 다른 사람이 이러한 사용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생산, 취득, 공급, 광고, 수입, 수출하는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영국의 ‘성범죄법’은 동물과의 성교행위(intercourse with an animal)를 성범죄로 보고 금지하고 있다. ‘의도적으로 자신의 성기를 살아있는 동물의 질이나 항문에 삽입하거나, 동물의 성기를 자신의 질 또는 항문에 삽입하거나 이를 유발하거나 허용한 경우’를 성범죄로 규정했다.

위반 시 약식 재판의 경우 6개월 이하의 징역 또는 법정 최고치 이하의 벌금, 기소돼 유죄판결은 받은 경우에는 최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캐나다는 형법에 수간을 범하는 경우뿐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수간을 강제하는 경우 최대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또한 16세 미만인 사람 앞에서 수간을 범하거나 16세 미만의 사람이 수간을 하도록 선동하는 경우 최대 14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현행 동물보호법은 동물 성 학대를 동물 학대의 유형으로 명시하거나 동물을 대상으로 한 성행위를 금지하는 조항을 별도로 두고 있지 않다.

성 학대 과정에서 도구·약물 등 물리적·화학적 방법을 사용해 상해를 입혔거나, 살아있는 상태에서 동물의 몸을 손상했거나, 도구·약물 등 물리적·화학적 방법을 사용해 상해를 입힌 것이 인정될 경우 동물학대로 처벌이 가능하다.

또한 동물을 유기하는 행위를 제외하고 ‘동물학대에 해당하는 행위’를 촬영한 사진 또는 영상물을 판매·전시·전달·상영하거나 인터넷에 게재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사진 또는 영상물이 동물과의 성행위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하더라도 도구 등을 사용해 신체적 상해를 입히는 등 법에서 규정한 동물학대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적용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어웨어는 “동물보호법에 동물을 성적으로 이용하는 행위, 즉 동물 대상 성범죄 자체를 금지하는 조항을 마련해 동물의 피해를 예방하고 사회적 경각심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상해 발생 여부를 불문하고 자신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구를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동물과 성적으로 접촉하는 행위와 제3자로 하여금 접촉하도록 하는 행위, 동물을 대상으로 한 성행위를 사진, 영상물 등으로 촬영하거나 유포하는 행위 등을 금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동물 성학대자에 대해 치료 프로그램 이수 의무화 ▲동물 몰수 및 동물사육금지명령제도 도입 ▲동물학대 범위 확대 등을 주장했다.

[신은영 기자 / 빠른 뉴스 정직한 언론 ⓒ뉴스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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