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I·방사선치료장비(RT)는 통계조차 부재
국가 차원의 현황 파악 및 통합 관리 필요

[자료=수의미래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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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2024년 동안 동물병원 영상장비는 빠르게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장비의 절반 이상이 여전히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CT·C-arm과 같은 고가 장비에서는 이러한 편중 현상이 더욱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수의미래연구소는 농림축산검역본부에게 2018년부터 2024년 사이 국내 동물병원에 존재하는 X-ray, CT, C-arm, 치과용 X-ray 및 MRI, RT, PET-CT 등의 장비 현황 자료를 요청해 제공받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한 결과를 이같이 나타났다고 최근 밝혔다.

분석 결과, 검역본부가 제공한 ‘지역별 방사선 발생장치 현황(2018~2024)’ 자료에 따르면, 동물병원에서 사용되는 일반 X-ray, CT, C-arm 등 총 3961대 중 56.8%(2251대)가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 위치해 있었다.

장비 증가 추세를 보면 전국의 일반 X-ray는 2228대에서 2784대로 25% 증가했고, CT는 47대에서 185대로 약 4배 증가했다. C-arm 역시 48대에서 237대로 약 5배 늘었으며, 치과용 X-ray는 12대에서 60대로 5배 증가했다.

특히 CT와 C-arm은 수도권 집중도가 매우 높아, CT 185대 중 109대(58.9%), C-arm 237대 중 136대(57.4%)가 수도권에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영상진단 및 고난도 수술 수요가 대학동물병원과 수도권 대형 동물병원에 집중된 시장 구조의 결과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러한 장비 급증 속에서도 MRI와 방사선치료장비(RT)는 전국 통계조차 존재하지 않는 완전한 블랙박스 영역으로 남아 있다.

현재 검역본부가 관리하는 동물의료 방사선장비 통계는 일반 X-ray, 이동형 X-ray, CT, C-arm까지만 포함되며, 실제 고난도 진단과 치료에 필수적인 MRI(Magnetic resonance imaging), RT(Radiation therapy), PET-CT(Positron emission tomography computed tomography)의 전국 설치 대수, 지역별 편중 정도, 검사량, 안전관리 현황에 대한 공적 데이터는 전무하다.

다시 말해, MRI가 전국에 몇 대가 존재하는지, 어느 지역이 과밀 또는 과소 상태인지, RT의 사용량이나 안전관리가 적절한지 정부는 아무것도 파악할 수 없는 상황이다.

동물의료의 기술 수준은 급격히 고도화되고 있으나 데이터 체계는 1990년대 수준에 머물러 있는 구조적 공백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자료=수의미래연구소 제공]
[자료=수의미래연구소 제공]

반면 사람 의료에서는 CT와 MRI가 ‘특수의료장비’로 분류돼 ‘특수의료장비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칙’에 따라 설치 조건이 엄격히 규제된다.

해당 규칙에 따르면 MRI는 원칙적으로 200병상 이상 병원에서만 설치할 수 있으며, CT는 시 지역 200병상, 군 지역 100병상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2024년 개정에서는 의료취약지 해소를 위해 군 지역 기준을 50병상으로 완화하기도 했다. 또한 질병관리청, 건강보험심사평가원(HIRA),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유관 기관이 CT·MRI의 설치 현황과 검사량을 통합 관리하며 지역별 과잉·과소 공급 여부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사람 의료에서는 이미 국가 차원의 ‘자원 관리 시스템’이 확립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나 동물의료는 장비 증가와 병원 간 경쟁이 심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실상 ‘무규제·무관리’ 상태다.

최근 5년간 CT·MRI·RT 등 고가 장비의 설치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지만, MRI·RT의 경우 통계조차 없어 현재의 경쟁 구도가 적정한지, 실제 환자 수요와 지역적 필요에 기반한 분포인지조차 판단할 수 없다.

이로 인해 지역 간 동물의료 접근성이 악화되고, 동물의료 자원의 중복 투자 및 불균형 심화, 동물의료 안전성 확보의 사각지대 확대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수미연은 “지난 수년간 동물의료 영상장비는 양적 증가와 기술 고도화 모두 폭발적으로 진행됐지만, 장비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집중되고 MRI·RT 등 핵심 장비는 통계조차 부재한 상황에서 국가 차원의 동물의료 자원 관리 체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향후 동물의료는 경쟁 심화, 지역 불균형 확대, 환자 안전 문제, 진료비 왜곡이라는 악순환을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람 의료가 이미 CT·MRI를 국가의 자원으로 관리하듯, 동물의료도 이제는 데이터 기반 국가 관리를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신은영 기자 / 빠른 뉴스 정직한 언론 ⓒ뉴스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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