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선 광주 국제애견미용학원 원장

진영선 원장과 렛츠고 [사진=진영선 원장]
진영선 원장과 렛츠고 [사진=진영선 원장]

진영선 광주 국제애견미용학원 원장은 전견종미용사로 국내 최고의 비숑프리제 전문 브리더·핸들러다. 또 주요 반려견 단체에서 미용분과위원장과 국제심사위원을 역임했다. 국내 최초로 동아보건대학에 애완동물학과가 창설될 때 교수로 재직했다. 반려견에 관한한 국내 최고의 전문가다.

지난달 13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에서 진영선 원장을 만났다. 이날 진 원장은 한국애견연맹에서 개최한 ‘서울 FCI 국제 도그쇼’에 비숑프리제 ‘렛츠고’와 함께 참가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이 대회에서 ‘렛츠고’는 ‘서울 FCI 국제 도그쇼’에서 리졸브 베스트 인쇼(R.BEST IN SHOW)를 받았다

진 원장의 견사호인 ‘워킹포드림’에 소속된 렛츠고는 올해 5살 된 수컷 비숑프리제다. 렛츠고는 지난 5년간 국내외에서 열린 도그쇼에 참가해 지금까지 총 104회의 BIS(Best in show: 대회 최고상)를 차지했다.

한 마리의 반려견이 BIS를 평생 1번 하기도 힘들다는 것을 고려하면 전설적인 기록인 셈이다. 또 렛츠고의 아들인 ‘히릿’도 도그쇼에서 큰 활약을 보이고 있다.

진 원장은 우리나라에 반려동물 문화가 막 싹트기 시작하던 1988년 처음 반려동물 미용을 시작했다. 국내에서 첫 손가락에 꼽히는 비숑프리제 전문 미용사 겸 브리더가 되기까지 오랜 시간 동안 무수한 노력을 했다. 지금까지 30년 넘게 반려견 미용과 브리딩에 전념해오고 있다.

또 지난 10여년간 한국과 중국 두 나라에 각각 설립한 반려견 미용학원을 운영하면서 두 나라를 오가며 미용사 후학 양성에 힘을 쏟기도 했다. 지금은 한국에 돌아와 그동안 꿈꾸던 종합 반려견 미용·교육·서비스 공간 설립에 온 힘을 다하고 있다.

- 진 원장님은 국내 최고의 비숑프리제 견종 전문가로 손꼽히는데요, 비숑프리제는 어떤 견종이며 특징은 무엇인가요?

“비숑프리제(Bichon frisé)는 프랑스 출신의 반려견 견종입니다. 비숑프리제라는 이름은 프랑스어로 ‘곱슬거리는 털’이라는 뜻의 ‘비숑 아 푸알 프리제’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졌지요.

비숑프리제는 어원에서 알 수 있듯이 풍성한 멋진 털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바로 이 털의 관리여부에 따라 비숑프리제의 아름다움이 결정됩니다. 비숑프리제는 곱슬거리는 털을 가지고 있어서 털이 잘 빠지지는 않습니다.

다만 모량이 많아서 미용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주기적으로 털을 관리할 필요가 있는 견종이죠. 때문에 비숑프리제는 좋은 미용사를 만나는 것이 중요합니다”

서울 FCI 국제 도그쇼에서 준우승한 렛츠고 [사진=진영선 원장]
서울 FCI 국제 도그쇼에서 준우승한 렛츠고 [사진=진영선 원장]

- 비숑프리제 관리에 있어서 어떤 점을 주의해야 할까요?

“비숑프리제는 가급적 털이 건조한 상태에서는 빗질을 하지 않기를 권합니다. 털을 멋진 모양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털의 양이 중요한데, 빗질을 거칠게 자주하면 털을 상하게 하는 원인이 되기 때문입니다.

또 ‘슬리커브러쉬’를 사용할 때 사용 방법에 대해 교육과 훈련을 충분히 받고 사용하는 것을 권합니다. 슬리커브러쉬는 얇은 철사로 만들어진 빗으로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미용 도구 중 하나인데요. 슬리커브러쉬는 반드시 부드럽게 사용해야 합니다. 만약 함부로 사용하면 얇은 철사가 반려견의 피부를 긁거나 털을 상하게 해서 피부병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죠.

비숑프리제는 얼굴이 하얀 견종입니다. 이 때문에 눈물로 인해 얼굴이 변색되는 것을 방지해야 합니다. 또 귓속을 깨끗하게 유지하고 눈가에서 눈을 찌르는 털을 제거해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반려견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견주와 함께 주기적인 산책을 하고 즐거운 시간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 언제부터 비숑프리제에 관심을 갖게 됐나요?

“저는 지난 2000년부터 비숑프리제라는 견종에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이전까지는 다양한 종류의 견종에 모두 관심을 가지고 있었지요. 반려견 미용실을 운영다보니 말티스·요크셔테리어·시즈 등 장모 견종에 대해 관심이 가더라고요. 나중에는 테리어 견종에 전반적으로 시선을을 두게 됐습니다.

하지만 반려견 전문가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하나의 견종에 집중을 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은 계속했어요. 그러던 중 우연히 업무로 인해 헝가리 부다페스트로 출장을 갈 일이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평소에 잘 알고 지내던 브리더를 만나게 됐어요. 그 브리더가 마침 비숑프리제 견종을 전문으로 기르던 분이셨죠. 그 분과 깊은 이야기를 나누며 비숑프리제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됐습니다.

그래서 여러 견종 중 비숑프리제 견종을 선택해 집중적으로 투자와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당시 비숑프리제에 들인 노력의 결과물이 생각보다 빨리 나타난 것 같아요. 감사하고 다행한 일이죠. 지금은 훌륭한 비숑프리제들을 워킹포드림에서 배출해내는 행복함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지난 13일  ‘서울 FCI 국제 도그쇼’에 비숑프리제 ‘렛츠고’와 함께 참가한 진영선 광주 국제애견미용학원 원장 @펫헬스
지난 13일  ‘서울 FCI 국제 도그쇼’에 비숑프리제 ‘렛츠고’와 함께 참가한 진영선 광주 국제애견미용학원 원장 @펫헬스

- 어떤 계기로 미용사와 브리더의 길을 걷게 됐나요?

“저는 시골마을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소·돼지·닭·토끼 등 동물들이 항상 집안과 제 주변에 있었죠. 이 때문에 소에게 줄 여물을 자르고 삶는 일, 돼지에게 밥을 주려고 동네를 돌아다니며 남은 밥을 걷으러 다닌 일, 토끼가 좋아하는 풀을 뜯으러 다닌 일 등 어릴 적부터 동물에 관한 추억이 많습니다. 물론 발바리·황구 등 마당개들도 언제나 제 곁에 있었죠. 이렇게 어린 시절부터 동물들을 가까이서 접하면서 친근하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20대 젊은 시절에 음악 밴드에서 드럼 연주자로 활동했습니다. 이때 같은 밴드에서 활동하던 친구가 ‘무기여 잘있거라’ 등의 노래로 유명한 가수 박상민 씨였어요.

그때 박상민씨는 치와와를 길렀었어요. 박상민씨가 늘 가슴 품에다 넣고 기르던 치와와가 갑자기 차 밖으로 나가버리면서 3~4일 동안 다 같이 치와와를 찾아 헤매던 기억도 있습니다.

저는 연주를 끝마치고 퇴근하면서 밤늦게까지 불이 켜져있는 펫샵 앞에 오래도록 서 있곤 했습니다. 펫샵의 예쁜 강아지들이 제 시선을 붙잡더군요. 그러던 중 닥스훈트의 독특한 매력에 빠지게 돼 분양받았지요. 닥스훈트를 키우면서 앞으로 음악을 관두게 된다면 반려견 쪽으로 새로운 직업을 전환하고 싶다는 구상을 했습니다.

닥스훈트를 분양받고 얼마 후 드럼을 구입하러 일본에 갈 일이 생겼습니다. 일본에 가보니 길거리에 수많은 사람들이 반려견과 함께 산책하더군요. 일본인들이 반려동물을 대하는 태도 역시 당시 한국인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또 한국에서는 볼 수 없었던 반려동물에 관련된 상품과 서비스도 쉽게 찾아 볼 수 있었어요.

일본의 선진적인 반려동물 문화에 충격을 받는 동시에 반려동물 산업에 대한 밝은 전망을 느꼈던 계기였습니다. 우리나라에도 곧 이 같은 반려동물 시대가 올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제가 반려견을 기르다 보니 반려동물 문화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됐던 것 같아요.

그러던 중 제가 27살이던 1988년, 당시 머물던 광주에서 더 이상 음악 밴드 활동이 어려워졌습니다. 다른 구성원들은 서울로 올라갔지만 저는 음악이 아닌 반려동물 전문가가 되기로 결심하고 광주에 남기로 했습니다.

이후 6개월 동안 광주시내의 반려동물 판매점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어깨너머로 반려동물 미용에 대해 배우기 시작했어요. 그 시절 광주에는 반려동물 전문 미용학원은커녕 반려동물 미용실조차 없었거든요. 제가 1988년 문을 연 반려동물 미용실이 광주 최초의 미용실이었어요. 호남 지역을 통틀어도 최초가 아닐까 싶습니다.

10년 후인 1998년에는 ‘광주애견미용학원’이라는 이름으로 교육서비스사업을 시작하게 됐어요”

진영선 원장과 광주 국제애견미용학원의 수강생들[사진=진영선 원장]
진영선 원장과 광주 국제애견미용학원의 수강생들[사진=진영선 원장]

- 미용사에서 브리더로 활동 범위를 확장하게 된 이유는 무엇입니까?

“저는 각 견종의 특징을 돋보이게 하는 미용을 하고나면 뿌듯함과 성취감을 느꼈어요. 미용하기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이 되거든요. 이를 위해 다양한 견종의 반려견을 미용하는 방법을 공부하고자 했죠.

각 견종마다의 특징을 잘 나타나게 미용을 하려면 모델들이 필요했어요. 해외에서 다양한 견종을 수입해 미용하는 일에 빠졌었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많은 견종을 직접 미용하기 위해 견종 수집에 미쳤었죠.

반려견의 멋진 모습을 나타내기 위해 미용을 하면서 각 반려견이 자체적으로 유전적 문제나 기능상의 골격문제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미용은 본디 장점을 부각시키고 단점을 보이지 않게 하는 것이 본질입니다. 하지만 미용만으로는 단점을 가리기 어려울 정도로 유전적 문제를 가진 반려견이 많다는 것을 알고 놀랐습니다.

또 수입된 견종이라고 모두 만족한 만큼 아름답지도 않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유전적으로 건강하고 아름다운 반려견을 직접 길러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습니다. 제가 길러낸 반려견이 가장 예쁘고 훌륭한 반려견이라는 것을 전 세계에 증명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지요.

하지만 브리딩을 시작한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제가 원하는 모든 것을 이룰 순 없었습니다. 당연히 저도 무수히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죠. 언젠가 제가 꿈꾸는 최고의 견종을 만날 때까지 브리더의 길을 천천히 걷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이것이 제 견사호를 ‘워킹포드림’(Walking for dream)으로 정한 이유입니다. 그렇게 반려견을 직접 기르는 것을 직업으로 삼는 ‘브리더’의 길도 같이 걷기 시작했어요.

브리더로 활동하면서 유전적으로 건강하고 견종 특유의 아름다움이 잘 드러나는 반려견들을 배출해 도그쇼에서 인정받고 싶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도그쇼에서 우승을 해야만 했죠. 저의 새로운 인생목표를 세우게 된 셈이에요”

렛츠고 100회 BIS수상 기념 사진 [사진=진영선 원장]
렛츠고 100회 BIS수상 기념 사진 [사진=진영선 원장]

- 이후 어떤 활동을 이어갔나요?

“지난 2004년~2005년 쯤 국내 반려동물 시장에 큰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반려동물 관련 업계가 대부분 경제적인 어려움에 빠져들었어요.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래서 활로를 모색하던 중 중국에서 제게 러브콜이 들어왔습니다. 중국 베이징에 반려견 미용학원을 차리자는 제안이었죠.

당시 중국은 제대로 된 반려견 미용이 없는 불모지였습니다. 그들은 저의 기술을 배우고 싶어 했죠. 한국에만 갇혀서는 더 이상 활로가 없다는 생각에 주저 없이 중국으로 떠났습니다.

중국에 있으면서도 한국에서의 기반을 아주 버리지는 않았습니다. 중국과 한국에서 동시에 반려견 미용학원을 운영하면서 서해 바다를 바쁘게 오고갔죠. 비숑프리제 미용과 브리딩도 계속 하면서 중국·한국·동남아에서 열린 도그쇼에 열심히 참가해 좋은 성적을 냈습니다.

지난 2015년 제 인생에서 가장 뛰어난 비숑프리제를 만났습니다. 중국 출장 중 홍콩 인근 심천에서 당시 생후 50일이 된 수컷 비숑프리제를 봤습니다. 이 강아지를 보는 순간 느낌이 딱 왔습니다. 그래서 그 강아지를 데리고 한국에 돌아왔습니다.

그 강아지가 바로 ‘렛츠고’입니다. 렛츠고의 나이인 5살은 사람 나이로 치면 40대라고 할 수 있는데요, 렛츠고는 작년 한국애견연맹에서 주최한 도그쇼 순위에서 모든 견종을 통틀어 1위를 차지했습니다. 나아가 올해에는 미국에서 열리는 도그쇼인 ‘네셔널쇼’에 참가할 예정입니다.

또 렛츠고의 아들인 ‘히릿’은 한국애견협회에서 주최하는 도그쇼 순위에서 모든 견종을 통틀어 1위를 차지했습니다. 한국애견협회과 한국애견연맹 두 단체에서 전 견종 랭킹 1위를 기록했어요. 아버지와 아들이 국내에 모든 대회를 석권하는 대기록을 세운 셈이죠. 렛츠고는 미국에서 돌아온 이후에는 도그쇼에 출전하기 보다는 더 많은 자손을 남기기 위해 노력할 예정입니다”

-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신지요?

“비숑프리제는 미용사의 미용 기술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견종 중 하나로 인식돼 반려견 미용사들이 가장 배우고 싶어하는 견종이 됐습니다.

저는 미용학원에서 수십년간 쌓아온 미용 노하우를 제자들에게 전수하며 많은 창업자와 인기 있는 애견미용사를 양성하고 있습니다. 이 노력이 인정을 받았는지 제가 운영하는 미용학원이 대한민국브랜드협회·내외뉴스통신·데일리경제·시사타임에서 선정하고 한국프리미어 브랜드진흥원에서 주관한 ‘2021 대한민국 브랜드 파워 1위’에 선정돼 애견학원브랜드 부문 대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저는 앞으로 광주에 종합 반려견 미용·교육·서비스 공간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를 위해서 올해 초 광주 서구에 6층 건물을 매입해 현재는 시설설계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동안 갈고 닦아온 반려견 미용 기술의 노하우와 비숑프리제 견종의 관리 기술을 모두 동원해 이 공간을 최고의 미용·교육·서비스 공간으로 만들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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