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마당개 중성화사업 추진 성과 톡톡…"정부, 유기동물 정책 기조 전환해야"

정부가 급증하는 유기동물 발생을 막겠다며 꺼내 든 ‘반려동물 매매금지’ 카드가 효과를 내지 못한 반면, 지방자치단체들이 추진 중인 ‘마당개 중성화 사업’이 유기동물 감소에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면서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경기 용인시 동물보호센터에서 보호 중인 유기견들. 사진 용인시청
정부가 급증하는 유기동물 발생을 막겠다며 꺼내 든 ‘반려동물 매매금지’ 카드가 효과를 내지 못한 반면, 지방자치단체들이 추진 중인 ‘마당개 중성화 사업’이 유기동물 감소에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면서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경기 용인시 동물보호센터에서 보호 중인 유기견들. 사진 용인시청

정부의 유기동물 정책이 갈피를 못 잡고 있다. 급증하는 유기동물 발생을 막겠다며 꺼내 든 ‘반려동물 매매금지’가 비판 목소리에 직면하자, ‘매매금지는 동물복지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 중’이라며 말 바꾸는 모양새까지 보이고 있다.

‘반려동물 매매금지’가 현실화 될 경우 반려동물 공급 부족에 따른 분양가 폭등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침묵 중이다.

특히 최근 들어 지방자치단체들이 실시한 ‘마당개 중성화 사업’이 유기동물 감소에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자, 정부는 그동안 외면해 온 ‘마당개 중성화 사업’ 추진 의사를 밝히는 등 뒷북까지 치는 형국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6년 8만9732마리이던 유기동물은 2019년 13만5791마리로 3년 새 50% 급증했다. 지난해 3.9%p 소폭 줄었지만 유기동물 수는 지속적인 증가 추세다.

정부는 지난 2018년 3월 유기동물 억제 정책의 일환으로 반려동물 유통·관리를 강화하겠다면서 반려동물 생산업 신고제를 허가제로 전환했다. 또 영업 시설·인력기준, 영업자 준수사항을 엄격히 마련했지만 유기동물 증가세를 막지 못했다.

정부는 또 유기동물 발생·증가 원인이 ‘동물을 쉽게 사고파는 풍토’ 때문이라며 ‘반려동물 매매금지’를 포함한 반려동물 판매 행위에 대한 강도 높은 규제안을 준비 중이다. 하지만 유기동물 대다수가 펫샵에서 입양된 반려동물이 아닌 시골에서 기르는 마당개들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뻘쭘해 진 상태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추진 중인 ‘마당개 중성화 사업’은 유기동물 감소 효과를 톡톡히 내고 있다. 마당개는 농어촌지역에서 마당에 풀어놓거나 묶어 기르는 개를 말한다.

정부가 유기동물 발생 원인을 ‘반려동물 금전 거래’ 때문으로 지목한 것과 달리, 지자체들은 통제되지 않은 마당개들의 자유로운 번식을 주 원인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자체들 “마당개 번식이 유기동물 발생원인”

제주도의 경우 동물보호센터에 구조·보호 조치된 유기·유실동물 수가 2015년 약 2000마리에서 매년 폭발적으로 증가해 2019년 7767마리까지 늘었다. 하지만 같은 해 ‘마당개 중성화 사업’을 시작하면서 지난해 1125마리가 감소했고, 2015년 이후 처음으로 하향곡선을 그렸다.

경기 용인시는 지난 2019년 전국 처음으로 처인구 백암면과 원삼면 마당개 92마리를 대상으로 중성화수술을 진행한 결과 타 읍면보다 유기견 발생률이 30% 가량 감소했다.

유기동물 감소 효과를 지켜 본 경기 과천·고양·하남, 경남 통영·김해·남해·하동 등 상당수 지자체들도 앞 다퉈 ‘마당개 중성화 사업’에 적극 나선 상태다.

제주도 동물방역과 이준협 주무관은 “유기동물 발생의 주원인이 마당개의 임신과 출산이 반복되기 때문으로 파악하고 ‘마당개 중성화 사업’을 2019년부터 시작하게 됐다”면서 “이 사업으로 인해 유기동물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 만큼 중성화 사업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마당개가 유기동물 증가의 주 원인이란 점은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본보 취재결과 지난 5년간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공고된 유기·유실동물의 약 65%는 마당개라 할 수 있는 비품종견으로 확인됐다. 정부가 ‘매매금지’ 대상으로 지목한 펫샵에서 거래되는 품종견은 35%에 그쳤다.

지난 4월 동물자유연대가 발표한 ‘2016-2020 유실·유기동물 분석 보고서’에도 비품종견은 64.9%, 품종견은 35.1%로 조사됐다. 유기동물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마당개(비품종견) 중성화 사업’이 유기동물 감소에 더 효과적이라는 근거인 셈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마당개 중성화 사업’에 시큰 둥 해 온 정부는 내년도 유기동물 관련 사업에 처음으로 ‘마당개 중성화 사업’ 추가하기로 하는 등 관련정책에 변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김현숙 주무관은 “유기동물의 약 70%는 개이고, 이 중의 약 60~70%는 마당개로 나타나고 있다”며 “내년도 유기동물 관련 사업에 ‘마당개 중성화 사업’을 새로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동물판매업에 대한 규제 강화 정책은 반려동물의 불법 거래와 유통 근절을 위한 것”이라며 ‘마당개 중성화 사업’은 유기동물 발생을 줄이기 위해 추진하는 사업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반려동물 매매금지’ 등 판매 행위에 대한 강도 높은 규제를 통해 유기동물 발생을 줄일 수 있다는 정부의 입장은 확고하다.

지난해 발표한 동물복지 5개년 종합계획(2020~2024년)을 비롯해 정부가 내놓은 유기동물 관련 대책의 핵심은 ▲동물판매행위 관리 강화 ▲지자체 동물보호센터 개선 등이다. ‘동물을 쉽게 사고파는 풍토는 생명존중 의식을 약화시켜 결국 반려동물을 버리는 행위로 이어진다’는 논리다.

정부가 유기동물 감소 대책으로 추진 중인 ‘반려동물 매매금지’가 현실화 될 경우 반려동물 분양가격 상승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측된다. 경제적 여력이 있는 계층만 반려동물 양육할 수 있는 형태로 전개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아이를 안은 한 반려인이 반려견과 함께 쇼핑을 즐기고 있는 모습. ⓒ펫헬스
정부가 유기동물 감소 대책으로 추진 중인 ‘반려동물 매매금지’가 현실화 될 경우 반려동물 분양가격 상승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측된다. 경제적 여력이 있는 계층만 반려동물 양육할 수 있는 형태로 전개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아이를 안은 한 반려인이 반려견과 함께 쇼핑을 즐기고 있는 모습. ⓒ펫헬스

정부, “반려동물 매매 금지해야 유기동물 줄어” 고집

이를 두고 정부가 정책적 효과 분석보다는 ‘매매금지’를 강조하는 동물권 단체들의 주장을 일방 수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포퓰리즘에 기댄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는 것이다. 동물권 단체는 ‘동물 생산-판매-유기’를 하나의 사이클로 보고 유기동물 발생이 금전적 매매 행위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한다.

정부 관계자는 “동물권 단체의 주장을 100% 수용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들의 주장대로 현재의 반려동물을 쉽게 사고파는 구조에 대해서는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동물보호법령 개정 또한 ▲반려동물 사인(私人) 간 거래금지 ▲동물판매 영업기준 강화 등 동물권 단체의 주장이 대부분 포함된 반면, ‘단계적 제도 실시’를 요구하는 동물생산·판매업계의 의견은 묵살되고 있다.

‘탁상행정’에 이은 ‘탁상정책’ 현상도 정치권에서 나타나고 있다. 국회의원연구단체인 ‘동물복지국회포럼’은 지난해 발표한 ‘반려동물 유기 문제 개선을 위한 정책대안 연구’에서 “유기동물 발생 증가와 이에 따른 비용 부담증가, 동물학대 문제가 지속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포럼은 이에 대한 대책으로 “반려동물의 거래를 금지하고, 동물보호센터나 동물병원을 통해서만 입양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 관계자는 “포럼이 유기동물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 대한 면밀한 고찰 없이, 동물권 단체가 주장하는 ‘반려동물 거래 금지’를 주장한 것은 성급한 측면이 있다”며 “반려동물 거래금지로 인해 유기동물 발생이 감소한다는 근거 또한 미약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반려동물 거래를 금지할 경우 분양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고, 경제적 여력이 있는 계층만 반려동물을 양육하는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면서 “투명한 반려동물 거래문화를 조성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국내 반려동물 양육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부추기는 꼴”이라고 질타했다.

[김진강 기자/ 빠른 뉴스 정직한 언론 ⓒ펫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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