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애견 김성환 대표, 일부는 후원금 모금 생계형으로 변질
생산자·판매자가 체내형 칩 다뤄야

김성환 사장. 그가 10여년간 운영했던 속초시유기동물보호소 @펫헬스
김성환 사장. 그가 10여년간 운영했던 속초시유기동물보호소 @펫헬스

여름의 문턱에 들어서면서 연일 동물권단체의 산업을 공격하는 기사가 터지고 있다. 동물자유연대, 케어, 카라, 동물해방물결, 어웨어 등등… 주로 펫산업과 육견산업을 타깃으로 하는 내용들이다. 동물권의 가장 주요 표적 축산업에 대한 내용은 어디에도 없다. 우리 산업이 상대적 약자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저 돌을 던지면 맞을 수밖에 없다. 삶의 현장에서 일하기도 벅차기 때문이다.

필자가 친분이 있는 일본의 펫산업 원로인 우에무라씨의 말이 늘 생각난다. “그들은 시간이 많고 우리는 시간이 없지요. 그것이 문제이지요”

지난 5월 11일 답답한 마음에 속초에서 설악애견을 운영하고 계시는 김성환 사장님을 찾았다. 김 사장님은 1992년부터 지금의 설악애견을 운영하시면서 사료 대리점도 하셨고 동물보호운동도 하셨다. 특히 펫산업인이 동물보호운동을 해야 한다는 강한 신념으로 전국에서 가장 모범적인 동물보호소로 손꼽혔던 ‘속초시유기동물위탁보호소’를 속초시와 함께 운영하기도 하셨다. 지금은 모든 일에 손을 떼고 설악애견만 아내와 함께 소일거리 삼아 운영하고 있다.

-동물보호 운동은 언제부터 어떤 이유로 하시게 되셨는지요, 동물보호 운동을 하셨던 얘기 좀 해주시기 바랍니다.

"동물보호운동이라 할 것도 없고 운명처럼 받아들여 시작했습니다. 2006년, 우연한 기회에 ‘속초시유기동물위탁보호소’.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곳이 애완견 농장이 아니고 식용견을 취급하는 열악한 농장이었습니다. 너무 놀랐지요.

당시 한국펫샵협회라는 단체가 있었고 저는 속초지회에서 활동을 했지요. 우리는 부랴부랴 속초시의 6~7개 펫샵주들과 회의를 하고 동의를 거쳐 속초지역 펫샵이 번갈아가며 유기동물을 구조하고 보호 하기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2008년도에 속초시에 우리가 보호소를 하게 해달라고 요청 하였고 속초시로부터 지정받아 운영했습니다.

초기에는 각 샵에서 1~2마리씩 보호하고 미용도 하고 입양도 보내고 잘 되었습니다. 그러나 유기견의 특성상 전염성 질병을 갖고 있거나 피부 질환 등으로 파양되는 등 펫샵에 어려움이 발생되면서 동참했던 샵주들이 하나 둘 포기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최초 제안자인 본인이 설악애견 건물 옥상에 시설을 갖춰 운영해 오다 급속히 늘어나는 유기동물 숫자로 한계에 이르렀고 속초시에 시 직영 보호소 설립을 수차례 요청해 2011년부터 보호소건물을 짓기 시작했고 2012년 초 준공해 유기동물들이 입소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2019년 3월초까지 (사)한국애견협회 속초지회 회원을 비롯해 중고등학생들이 참여하는 보호소 봉사활동과 입양 행사를 하는 등 전국제일의 반환율(잃어버린 애견의 주인을 찾아 주는 것)과 입양율을 자랑할 정도로 열심히 봉사했지요"

-네, 저희도 그렇게 알고 있는데 어떤 이유로 그만 두셨는지요.

"유기동물 구조와 입양과 관련해 제일 힘든 것은 다름 아닌 자칭 동물보호활동을 한다는 일부 개념 없는 활동가들의 막무가내 식 요구와 현행법상 어쩌지 못하는 지나친 민원이 문제가 됐습니다.

지역의 동물보호운동을 독점하고 싶은 욕심에 가장 호응도가 좋은 저희 보호소를 이런 저런 트집을 잡아서 끊임없이 민원을 넣으니 담당 공무원들로서는 머리가 많이 아팠지요. 그런데다 지자체장이나 담당부서장의 동물보호 의식이 약하다 보니 보호소를 불편해한 것입니다.

자연히 현장이 외면된 탁상행정으로 유기동물 정책이 되면서 저와 이런 저런 트러블이 생겼습니다. 결국 인사권자의 인사권이 남용되고 일부 악성 민원으로 개방형에서 폐쇄형으로 바뀌면서 저는 타의에 의해 그만두게 됐습니다"

-전국에 펫산업인 종사자가 동물보호운동을 하시는 분이 많이 계시는지요.

"제가 알기로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마음은 있어도 펫샵을 꾸리면서 동물보호운동을 병행하기는 쉽지가 않지요. 당시 적극적으로 참여해 도움 주는 샵주도 계셨지만 유기동물 입양이 사업에 손해라는 생각을 가진 샵주도 있었습니다. 저는 유기동물 문제를 우리 펫산업이 적극적으로 끌어안아야 된다고 생각됩니다.

유기동물의 사회적 문제로 반려동물 산업이 위축된다는 것은 남의 일이 아니라 내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펫샵주를 비롯 펫산업 종사자들의 동물보호운동에 대한 의식 개선과 적극적 참여가 요구됩니다"

-우리나라 동물보호 운동의 문제점은 무엇이며 발전적인 방향은 무엇인지요.

"가장 큰 문제점은 일부 악성 동물보호활동가와 사업성 이익집단으로 변질된 보호단체로 인해 건전한 동물보호활동가와 동물보호단체가 순수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기준도 없는 사설보호소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일부는 감성을 자극해 후원금을 모금하는 생계형으로 변질해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국민들의 시선을 끌기위해 서로 간 선명성 다툼으로 좀 더 자극적인 활동을 앞다퉈 하고 있습니다. 이런 악성 활동가들과 순수한 활동가들을 가리는 것이 시급합니다.

또한 사설보호소의 시설기준을 명확히 해 제도권으로 끌어드려 지원할 것은 하고 폐쇄시킬 곳은 폐쇄해야 합니다.

유기동물이 어디서 어떤 경로로 사설보호소에 입소됐는지, 체내형칩이 있는지, 확인은 되었는지, 입양 시에 동물등록을 필하고 보내는지, 오폐수 배변처리는 법대로 하고 있는지, 유기동물을 재생산하는 부작용은 없는지, 후원금은 투명하게 사용하는지 등등 관련규정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유기동물의 발생을 억제하는데 중점을 두는 형태로 동물보호활동이 바뀌어야 합니다"

속초시유기동물보호소 내부 @펫헬스
속초시유기동물보호소 내부 @펫헬스

-구체적으로 현재 동물보호소의 개선점이나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해주시죠.

"첫째, 동물보호소의 표준 설계도가 필요합니다. 지자체별 보호소 시설이 각기 다르며 보호소 건립 비용대비 실효성이 부족한 보호소가 많습니다. 주먹구구식으로 그때그때 필요에 의해 개축되고 증축되는 등 예산낭비가 적지 않습니다.

둘째, 지자체 유기동물보호소는 지자체에서 전문가들을 고용해 직영해야 합니다. 옛날과 달리 수의사, 훈련사, 미용사가 넘쳐나고 있습니다. 경험있는 유능한 전문인을 채용해 보호소 운영을 맡겨야 합니다. 보호 두수에 맞는 관리인원도 명시돼야 합니다.

셋째, 공공 동물병원의 지정이나 직영이 필요합니다. 지자체는 동물병원 개설도 할 수 있습니다. 과다한 진료비 때문에 버려지는 반려동물의 방지를 위해 최소한의 동물진료를 할 수 있는 동물보건소 운영이 필요 합니다. 공중방역 수의사법도 개정해 지자체에 배정된 공중방역수의사가 보호소동물을 보살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넷째, 구조활동에 필요한 장비나 시설을 갖춘 동물구조용 차량이 있어야 합니다. 의외로 신속을 요하는 경우도 있고 또 구조견 보호를 위해서라도 꼭 있어야 합니다.

다섯째, 보호소 마다 방법이 다른 사체처리의 기준이 통일돼야 하고 오물처리 기준도 현실에 맞는 기준으로 제정돼야 합니다. 그저 민원이 무서워 보호소의 현실과 맞지 않는 기준을 만들었다가는 모두가 피해를 보는 상황이 생길 뿐입니다.”

여섯째, 입양센터 운영과 지원이 필요합니다.

지자체 직영 입양센터 운영이 바람직하겠지만 시설과 인력 등이 역부족인 현실에서 분양을 하지 않는 미용전문 펫샵이나 애견카페 등을 활용, 지원한다면 어렵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국내의 동물보호법이나 반려동물 관련 제도 등에 관해 적지 않은 문제가 있습니다. 시급히 개선돼야 할 사항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첫째, 동물등록 체내형 칩 시술이 동물학대나 수의사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검찰이나 법원의 판단이 있습니다. 농식품부는 현재 동물병원에서만 체내형 칩 등록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을 생산자나 판매자등 손쉽게 체내형 칩 등록을 할 수 있도록 해 동물등록율을 높여야 하며 정부에서 무료로 체내형 칩을 공급해야 합니다. 현행 광견병 무료접종처럼 무료등록 해야 합니다.

둘째, 현행 동물보호명예감시원제도를 활성화해야 합니다. 그들이 지역에서 유기동물 방지 활동과 봉사활동을 함에 있어서 책임감과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처우 개선이 필요합니다. 동물보호법 조차 모르는 자칭 동물보호활동가가 너무 많은 현실에 꼭 필요한 제도입니다.

셋째, 10여년 유기동물보호소 관리경험으로 유기동물의 70~80%는 믹스견 입니다. 유기동물 방지의 목적으로 동물보호법이 개정되고 있지만 가정에서 마구잡이 번식되는 믹스견의 생산과 유기를 막아내는 법은 미흡합니다. 결국 아무 죄 없는 브리더나 판매자만이 여러 가지 법에 저촉돼 위축되고 있어 펫산업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넷째, 펫샵을 비롯 펫산업 종사자들은 비록 우리의 잘못은 아니더라도 뿌린 자가 거둔다는 생각으로 적극적으로 유기동물 문제해결에 앞장서야 합니다. 동물보호단체에 쫓기듯 밀려 생산업, 판매업, 미용업, 위탁관리업, 운송업 등의 시설기준과 감시카메라 의무 설치 등의 간섭을 받고 있습니다. 진작에 앞장서서 문제해결에 적극적이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반면에 동물학대가 비일비재한 보호소는 감시카메라 의무설치법이 없으며 누구의 감시감독도 받지 않고 있습니다.”

다섯째, 유기동물 방지를 위한 여러 가지 법들이 있지만 현장에서 집행되는 예가 거의 없습니다. 유기된 것이 명확하지만 조사 의지가 없고 반환시에도 미등록, 인식표 미착용 등 현행법 위반을 집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자체장과 공무원의 무사안일주의가 유기동물 방지에 역행한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개정 동물보호법은 법집행을 경찰에 권한으로 넘기고 있지만 엄격한 집행이 이뤄질지 지켜볼 일입니다"

-이번 기회에 우리 산업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만들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해주시죠.

"제가 10여년 관리했던 속초시유기동물보호소 운영에 대해 추후 자세히 말씀드릴 기회가 있었으면 합니다. 시설, 구조 포획, 입양행사, 입양센터 운영, 독거 어르신 입양지원 사업, 학생 봉사활동, 반려견 축제 등등 정말 하고 싶은 말도 많고 하고 싶었던 일도 많습니다. 아무쪼록 우리 펫산업이 동물보호운동의 주체가 되는 그날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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