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현 동물등록, 출생신고 역할 못해…경매장·펫샵·보호자 모두 손해
글/김태헌
UNIST 생명공학 졸업.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 표준화위원회 위원.
펫테크 스타트업 파이리코 창업.
‘동물등록’은 사람으로 따지면 ‘출생신고’?
동물등록은 반려동물을 입양할 때 가장 먼저 적용되는 국가 제도로 사람이 출생신고를 하듯, 신고하고 가족이 되는 과정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사람이 출생신고를 할 때는 출생일(생년월일)과 부모에 대한 정보, 출생지 등의 출생 관련 정보를 입력하도록 신고 절차가 구성돼 있는 반면, 동물등록을 할 때는 동물의 기본정보 외 보호자의 정보를 입력하도록 신고 절차가 구성돼 있고 출생일을 제외하면 부모견과 같은 출생 관련 정보는 입력되지 않는다.
이는 동물등록을 하는 취지가 유기·유실견 방지와 같은 쉬운 구조에 맞춰져 있기 때문인데, 양식을 비교해보면 시장에 퍼져있는 ‘출생신고와 비슷하다’는 문구가, 개념과는 사뭇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좀 더 따져보면 동물등록은 사람의 출생신고가 아닌 입양신청과 성격이 가장 유사하고, 반려동물 출생신고는 현재 정부가 정책적으로 관리하지 않고 있다.
그나마 동물생산업체와 판매업체가 의무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개체관리카드’라는 양식이 정해져 있긴 하지만, 해당 기록을 정기적으로 수집하고 관리하는 주체는 없고 각 지자체별로 반려동물 영업자의 영업자 준수사항을 1년에 2회씩 점검할 때 ‘기록을 보관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필자는 만약 정부가 업체들로 하여금 개체관리카드를 제출하도록 정책을 도입해 제대로 수집하고 관리한다면 출생신고 효과를 어느 정도 가질 수 있을 것이라 보는데, 그 이유는 모견 정보와 출생지에 해당하는 생산업체 정보 등이 양식에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반려동물 출생신고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상황일까?
현재 정부 정책으로는 개체관리 카드를 의무적으로 제출·신고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다 보니 주로 동물생산업자와 판매업자가 서류를 주고받는 장소인 경매장에서는 해당 양식에 모견에 대한 정보가 적혀있는 경우를 거의 볼 수 없다.
또 출생지인 생산업체의 정보는 무허가 생산업체가 허가받은 업체의 정보를 유용하는 경우가 간혹 발생해 제대로 된 정보가 쌓이고 있지 않다.
출생 관련 정보를 정확하게 기입할 수 있는 생산업체는 극소수로, 통상의 강아지 농장이 아닌 ‘전문 켄넬’ 용어를 사용하면서 차별화된 브리딩을 하는 업체들이다.
해당 업체들은 주로 부모견에게 내장형 칩 등록을 하고 사진과 영상 촬영을 활발히 하며 자견을 출산했을 때 생후 10일, 20일, 30일 등 기록을 최대한 자세히 만들어 이를 컨텐츠화 하고 있다.
그렇기에 해당 업체들은 당연하게도 개체관리 카드 작성이 용이한 입장이고 출생신고를 하더라도 즉시 가능한 부분들이 있지만, 다른 대부분의 업체들은 개별 개체들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다 보니 명백한 한계가 존재한다.
전문적으로 개별 개체들의 관리를 하기 위해서는 농장식 운영을 하는 것보다 비용이 증가할 수 밖에 없어 필수정보가 아닌 출생정보까지 모두 기입하기 위해 그 비용을 감내할 필요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생산업체들은 대부분 지금까지 개체관리 카드에 의무기재로 표시돼 있는 항목만 필요에 맞게 채워나가는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그 필수정보에 현재 모견에 대한 정보는 포함이 되지 않고, 간단한 질병 여부와 건강상태가 의무기재 사항에 포함돼 있지만 해당 항목을 관리 감독하는 주체가 없다보니 허위기재를 해도 사실상 판별해낼 수 있는 방법도 마련돼 있지 않다.
이렇게 허술한 부분들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 중 대표적인 것이 반려동물 입양 후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폐사나 질병이 발견되는 문제다.
반려동물 출생신고 의무화
상황을 정리해보면 애초에 동물등록은 출생신고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고, 그 역할을 해낼 수 있는 정책은 부재하다 보니 경매장에서부터 이력이 불분명한 상태로 판매가 되고 그 상태 그대로 판매업체에서 보호자에게 입양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입양 직후부터 발생되는 문제를 대응해야 하는 주체는 보호자들이 되고 있다.
보호자들은 대부분 처음 반려동물을 입양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관련 지식이 부족해 신중히 입양을 선택하고자 해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는 없고 판매업체가 구두로 전달하는 얘기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판매업체 역시 생산업체의 부실한 개체관리 카드만 가지고 개체들을 데려왔기 때문에 보호자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전달해 줄 수 있을리 만무하다.
이 과정에서 정부가 의무화한 동물등록은 막연한 환경에서 반려동물을 입양한 이후 발생하는 문제의 책임을 오롯이 보호자에게 부담하게 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반려동물 출생 단계의 이력관리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출생신고 정책을 의무화 할 수 밖에 없다.
생산업체에서 전달되는 정보가 정확하고 부모견에 대한 정보까지 포함돼 있다면, 입양을 할 때 애초에 보호자들이 ‘데려가자마자 크게 아프거나 폐사할 위험이 있지는 않은지’, ‘반려동물이 어느 정도까지 성장할지’, ‘품종이 생각과 많이 다르지는 않을지’ 확인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지고 더 신중한 입양 결정을 통해 동물등록까지 이어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입양 이후 예상을 벗어나는 문제의 발생 범위가 줄어들기 때문에 자연스레 정부가 동물등록을 통해 이루고자 했던 유기·유실을 방지하는 효과까지 커질 수 있다.
반려동물 이력제 도입
출생 단계에서부터 개체의 이력을 관리하는 정책은 사실상 수년 전부터 얘기되어 오고 있던 이름이 있다.
그 이름은 ‘반려동물 이력제’로 2016년도부터 계속해서 회자되고 있던 정책으로 출생신고의 역할부터 하게 만들자는 취지를 담고 있지만, 동물등록 활성화와 같이 선제적으로 해결돼야 하는 정책들이 쌓여있다 보니 아직까지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하지도 못했다.
반려동물 이력제가 본격 도입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각 개체를 특정할 수 있도록 동물등록제가 먼저 활성화돼야 한다. 그래야 정해진 등록번호에 특정 개체의 이력이 지속적으로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관리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동물등록과 반려동물 이력제는 이러한 이유들로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2020년-2024년 동물복지 5개년 종합계획에도 포함됐다.해당 발표에 따르면 반려동물 이력제는 2023년까지 동물등록 활성화 정책이 성료된 이후, 2024년부터 준비하도록 설정돼 있다.
동물등록 활성화 이후 반려동물 이력제 도입까지
농림축산식품부가 이전부터 반려동물 이력제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로드맵을 제시한 것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일부 업체만 요건을 충족할 수 있고, 대부분의 업체가 충족이 안 되는 상황에서는 해당 정책을 의무화하는게 쉽지 않다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특히나 정책이 강화될수록 현업에 종사하는 업체들은 비용부담을 크게 느끼고 생업을 정리해야 할지 고민에 접어들기 때문에, 산업이 받을 충격을 고려해야 하고 신중한 정책 제안이 필요하다.
그래서 필자는 이력제가 도입되기 전부터 이력이 잘 관리되면 어떠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갈 수 있는지 생산업자가 공감할 수 있도록 민간영역에서 먼저 서비스의 형태로 이를 실현해보고자 한다.
현재 필자가 운영하는 서비스는 ‘안심입양’을 타이틀로 반려동물 입양상담을 할 때 보호자가 두 눈으로 확인이 가능한 개체의 이력을 구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수의사가 직접 진단한 건강검진 내역부터 시작해, 업체가 어떤 방식으로 반려동물을 케어하는지를 공개하고 보호자들이 해당 정보를 크게 원하고 있음을 증명해 업체들이 자발적으로 이력을 투명하게 만들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동물등록으로 보호자들이 반려동물을 온전히 책임지기 위해서는 입양을 할 때부터 제대로 된 정보를 확인하고 본인의 반려동물이 될 아이가 어떤 아이인지 파악한 후, 보호자가 될 준비를 충분히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반려동물을 입양한 후 예기치 못한 문제를 마주했을 때에도 대처할만한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제도와 서비스에 대해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알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