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으로 손쉽게 ‘애견민증’ 만들 수 있어…비문 인식 악용한 사기도 발생
글/ 김태헌
UNIST 생명공학 졸업.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 표준화위원회 위원.
펫테크 스타트업 파이리코 창업.
여러분은 강아지 코를 자세히 본 적이 있나요?
강아지의 코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자글자글한 주름이 그물처럼 새겨져 있다. 이 코주름은 “비문(鼻紋)”이라고 불리는 고유한 생체정보인데 사람의 지문과 비슷하게 강아지마다 제각각인 특징을 가지고 있어 개체를 식별하는 특징으로 활용될 수 있다.
이러한 특징이 최근들어 급부상하기 시작한 반려동물 비문인식 기술의 근원이다. 사람의 지문인식 기술과 같이 특정 개체의 신원을 인증하여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사람의 지문인식 기술은 무려 1892년부터 경찰 수사에 본격적으로 사용될 정도로 그 활용성을 일찍이 인정받아 눈부신 발전을 이뤄온 기술이다.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수많은 활용사례를 만들어내며 발전한 지문인식이 생체정보로써 ‘유일성, 보편성, 영속성, 그리고 획득성’을 모두 가지고 있는 혁신적인 기술이라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러한 지문인식과 비슷한 비문인식 기술은 어떻게 나오게 되었을까? 그렇다면 강아지의 코를 한번 유심히 들여다보자.
코주름(비문)에 쏟아지는 관심
비문은 지문과 비교하면 아직까지 활용사례는 물론 연구사례부터 정보가 제한적인 초기 연구단계의 생체정보다.
1922년 소의 비문을 최초로 연구한 사례가 존재하지만, 그 이후 활발히 연구가 이어지진 않았고, 특히 개의 비문에 대한 연구사례는 전 세계 SCI급 논문 게재실적을 다섯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로 그 수가 부족한 실정이다.
하지만 영상처리와 AI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에 힘입어 최근 5년 사이 비문인식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여러 소규모 스타트업을 필두로 기술 개발에 박차가 가해지고 있다.
그 이유를 짐작해보자면 새로운 기술과 새로운 시장을 향해 출사표를 던지는 스타트업(특히 AI 전문 스타트업) 특성상 레드오션으로 취급되는 사람 생체인식 솔루션 개발보다 아직 개척자가 없는 동물 생체인식 솔루션 개발이 차별화를 하기 좋은 아이디어로 보이는 게 당연하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포털에서 ‘비문 인식’ 또는 ‘동물 생체인식’을 키워드로 검색해 본다면 보도자료를 통해 반려동물 생체인식 솔루션 개발에 국내에서만 적어도 5개 이상의 스타트업이 시도를 했다는 것을 확인해볼 수 있다.
이렇듯 여러 기업에서 개발 소식을 전하고 영업을 개시하니 정부에서도 차차 비문 인식 도입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는데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5월 윤석열 정부가 공표한 비문인식의 동물등록제 입법 추진 전략이다 (참조 : 2022년 5월 12일 국민일보 - [단독] 반려동물등록 ‘코주름·홍채’로 한다… 尹정부 펫정책).
그 이전부터도 농림축산식품부는 2019년에 반려동물 개체식별을 위한 바이오 인식 기술 개발 연구과제를 공모했고, 행정안전부는 2020년에 동물등록제 개선을 위한 대국민 공모를 진행함과 더불어 후속 실증사업으로 2021년부터 춘천에서 바이오 인식 기반 동물등록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
비문 인식 기술의 필수요소는?
비문 인식에 대해 정부에서부터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지금, 비문 인식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들은 각자의 기술력을 잘 갈고닦아 사용처가 등장했을 때 적재적소에 솔루션을 보급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해야 한다.
그렇다면 사용처가 가장 크게 고려하게 될 기술적 요소는 어떤 것일까? 그건 바로 위 지문인식의 특징에 언급된 ‘유일성, 영속성 그리고 획득성’이다. 생체인식이라는 기술적 범주 안에서 당연하게도 확보해야 하는 필수요소인 것이다. 이를 한 문장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자신의 생체정보가 다른 사람의 생체정보와 겹치지 않으면서(=유일성), 새로 생체정보를 등록하지 않아도 계속해서 솔루션을 사용할 수 있고(=영속성), 그 과정에서 별다른 불편함을 느끼지 않은 채 다양한 환경에서 손쉽게 사용이 가능해야 한다(=획득성)’
위 문장을 보고 나면 바로 떠오르는 질문이 한 가지 있을 것이다. ‘현재의 비문인식 기술은 필수요소를 모두 충족하고 있는가?’
비문인식의 유일성, 영속성 그리고 획득성
생리학적 근거가 요구되는 ‘유일성’과 ‘영속성’은 수의해부학 교과서 또는 관련 저널에서 그 근거를 확인할 수 있다.
가장 최근 발표된 근거자료는 서울대학교와 건국대학교 연구진이 2021년 9월 발간한 SCI급 저널(참조 : The Formation and Invariance of Canine Nose Pattern of Beagle Dogs from Early Puppy to Young Adult Periods****,**** Animals 2021, 11(9)),으로, 연구내용에는 10마리의 비글(자매견)을 대상으로 동물등록이 요구되는 2개월령부터 성견이 되는 11개월령까지 비문의 유일성과 영속성을 판단했을 때 그 특징이 유효하다는 결론이 나와 있다.
3가지 필수요소 중 ‘획득성’은 생리학적 근거보다도 ‘얼마나 많은 반려동물의 비문을 획득하려 해보았고 성공적이었는가’, 즉 비문 인식의 실증 사례가 근거로 뒷받침되어야 하고 그에 따른 평가지표가 명확히 산출되어야 한다.
사람 대상 생체인식 기술에서도 평가지표는 기업의 가장 핵심적인 차별화 포인트로 여겨지며 공인된 시험인증기관에서 높은 평가지표를 받기 위해 치열한 경쟁이 이뤄진다.
대표적인 평가지표는 등가오류율(Equal Error Rate, EER)과 등록실패율(Failure To Enroll rate, FTE)/인증실패율(Failure To Acquire rate, FTA)이 있으며, 비문 인식에서도 이 같은 지표는 동일하게 활용될 수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비문 인식에 대한 개발 사례가 많지 않다 보니 사람의 지문인식과 같이 대규모 공인 데이터베이스가 부재하고 공인된 시험인증기관에서 평가지표를 입증받는 시스템 자체가 부재한 상황이다.
국내 관련 스타트업들이 각자의 데이터베이스를 근거로 획득성이 충분히 확보되었고, 그에 따른 지표도 입증 가능한 수준이라 밝히고 있지만 이를 객관적으로 뒷받침해줄 표준이 없기 때문에 시급한 보완이 필요하다.
비문 인식 필수요소의 확보를 통한 동물등록제 입법 추진
획득성에 관한 근거가 마련되면서 비문인식 기술이 3가지 필수요소를 모두 충족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 명확해지면 윤석열 정부가 발표한 비문 인식 기술의 입법 추진 과정에서도 발생가능한 수많은 문제가 해소될 수 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반려동물의 신원인증에 생체인식을 사용하는 사례를 만들어내어 반려동물 산업에서의 입지를 드높이는 업적으로까지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다.
이를 위해 필자는 비문 인식의 획득성을 조속히 입증할 수 있도록 국내외 반려동물 생체인식 기술표준화를 진행하며 공인 시험인증센터가 관련된 평가지표를 마련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고 있다.
특히, UN산하의 국제표준화기구인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서 반려동물 생체인식 기술의 국제표준 개발을 2020년 3월에 한국 국가대표단으로써 승인받아 현재 생체인식 공인 DB 구축 가이드라인, 생체인식 시험평가 체계에 대한 기준을 마련해나가고 있다.
그리고 표준안에 작성되는 사항을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도록 앞서 언급한 행정안전부 도전한국 공모의 후속 사업인 춘천 실증사업을 통해 국내 반려동물 생체인식 기술의 공인 시험평가 시스템을 만들고 있기도 하다.
최근 비문 인식 이슈를 악용해 수백억 원대의 사기를 시도한 사례까지 발생하는 등 더욱이 이 기술이 입법되는 과정에 객관적이고 철저한 심의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참조 : 2022년 6월 20일 일요신문 - 수백억 투자 몰린 애견 플랫폼…알고 보니 다단계 사기?)
동물등록제 주무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가 향후 비문 인식 기술의 동물등록제 입법과정을 다루게 될 때, 위와 같은 표준안과 실증사업의 산출물이 강력한 도입 근거 및 기술 변별력을 밝혀내는 기준이 될 수 있으니 향후에도 해당 과정들에 대한 원활한 검토가 이루어지길 바란다.


그러면 유기범죄를 예방하자는 동물등록의 근본적인 취지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비문인식의 편의도 누릴 수 있겠네요.
비문 단독으로만 동물등록을 할 경우 유기동물 방지 효과도 없이 부작용만 생길 겁니다. 뭐 등록마릿수 뻥튀기해서 스타트업과 정치인들끼리 자축하는 용도로는 좋겠지만 그런 실효성 없는 실적놀이는 이미 외장목걸이로도 할 수 있어서 비문까지 필요도 없습니다. 이미 하고 있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