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사실에 입각한 포용 필요할 때

글 / 심용주

수십년간 다양한 동물의 브리더로 활동. 브리딩 사이언스, 동물복지 및 윤리, 동물행동학에 관심이 있다. 경영학 박사이며 현재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박사과정 중이다. 국립생태원, 서울대공원 동물원, 대경대학교, 한국외국어대학교 등 출강.


PETA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아니 악명높은 극단적 동물우선주의자 단체다. 공식적인 기록에 의하면 PETA는 매년 천 여 마리에 달하는 동물들을 죽인다.

지금까지 20여 년간 밝혀진 것만 4만 마리에 달하는 동물을 구조하고는 안락사를 통해 죽였다. 폭력적이고 동시에 충격적인 시위방식으로 널리 알려진 그들은 그들의 홈페이지를 통해 줄곧 브리더를 비난해 왔다.

그들이 브리더를 비난하는 논리는 크게 두 가지 정도다. ​

첫째, 그들은 브리더 때문에 유기동물이 늘어난다고 주장한다. 유기동물 보호소로 들어오는 품종고양이나 품종견은 25%에 달한다는게 그들의 주장이다.

또한 그들은 이러한 유기된 품종동물 때문에 다른 동물들이 안락사로 밀려난다고 주장한다. 브리더가 품종동물을 생산하지 않았다면 다른 동물들이 더 많이 재입양될 수 있었을 것이라는 논리다.

두 번째로 그들은 브리더들의 외모를 위해 건강을 희생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많은 품종동물이 고통받는다고 주장한다.

더 긴 허리를 얻기 위해 닥스훈트를 개량하다 보니 닥스훈트는 척추관련 질환에 시달리며 더 납작한 두상을 얻기 위해 품종을 개량하는 과정에서 퍼그는 숨을 쉬기 어렵게 됐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

이런 그들의 주장이 과연 옳은 주장일까? 물론 아니다. 그들의 목적에 맞게 사실을 왜곡한 것이다. 이는 필자 주장이 아니라 이미 서양에선 그렇게 판명이 났다.

그런데 이런 왜곡된 주장을 우리나라 일부 동물권 단체에서 그대로 수입해 널리 퍼뜨리고 있으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브리더는 길러낸 동물을 분양을 보내며 각 개별 동물 보호자에게 동물을 유기하라고 사주하지 않는다.

브리더에 여러 가지 부류의 사람들이 섞여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일반적으로 우리가 브리더라 칭하는 제대로 된 브리더는 자신이 만들어 낸 동물을 금전과 교환해 생활을 꾸려간다. 동시에 자신이 만들어낸 동물이 단란한 가정에 분양돼 오래도록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기를 희망한다.

그 어떤 자동차 생산자도 자신이 만든 자동차가 아직 달리기 충분한데 버려지기를 바라지 않는다. 어떤 요리사도 자신이 만든 요리가 한두 숟가락 먹어지다 쓰레기통으로 들어가기를 바라지 않는다.

그 어떤 화가도 자신의 작품이 불태워지기를 바라지 않는다. 같은 맥락에서 브리더도 자신이 정성스럽게 길러낸 동물이 버려지기를 바라지 않는다.

PETA는 브리더와 서양에서 문제가 됐던 음성적인 kitten mill, puppy mill의 주인을 혼동하고 있거나 똑같이 취급하고 있는 것이다.

그건 마치 불량식품 공장의 사장과 유기농 음식을 만들어 판매하는 사람을 같은 부류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또한 이러한 접근은 마치 가짜 의사나 대리수술을 하는 원장, 과잉진료를 하는 부도덕한 의사를 환자의 건강과 목숨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적지 않은 의사들과 동일시해 의사집단 전체를 매도하는 것과 같다.

동물을 길러내고 이를 판매한다고 모두 같은 사람이 아님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사실 이러한 사회적 문제에서 더 중요한 것은 동물을 쉽게 그리고 누구나 구매해서 키울 수 있는 법제도에 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동물을 구매하기 위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며 면허를 따도록 하고 이를 지키지 않았을 때 강력한 규제를 부여한다면 지금처럼 준비가 안된 사람들이 쉽게 동물을 구입하고 마음대로 버리거나 학대하는 상황은 많이 개선될 것이다.

사진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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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브리더가 품종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동물의 행복과 건강이 희생된다는 주장은 과거에는 맞았던게 사실이다.

하지만 현재는 사실이 아닌 점이 많으며 이미 개선이 됐거나 기술적 전문지식을 통해 점점 더 해결돼 가고 있다.

브리더들이 기르는 품종 동물은 외모를 위해 건강을 희생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많은 품종들이 고통받고 있다는 주장은 현재는 맞지 않는 편협한 주장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개의 경우 흔히 거론되는 것이 불독, 퍼그, 닥스훈트, 킹 찰스 카발리에 스패니얼 등이다. 이 품종들은 육종 역사가 비교적 긴 편이므로 아직 현대 수의학이 제대로 태동하기 전, 과거에 이미 육종표준이 어느 정도 정해졌고 분명 잘못된 방향 즉, 동물의 건강과 행복을 저해하는 방향으로 육종이 진행됐다.

하지만 지난 수십 년간 브리더 사회 내부에서는 이미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교정하기 위한 노력이 부단히 진행됐다. ​

브리더 집단 내부에는 다양한 세력이 존재하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단순 개, 고양이 뿐만 아니라 앵무새와 같은 특수동물 쪽에서도 각국 브리더들은 서로 연구한 내용을 발표하며 머리를 맞대고 여러 문제를 해결하면서 더 발전시킬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물론 일부는 기술 향상과 꾸준한 전문지식 역량 배양 없이 그대로 부딪치며 과거의 문제를 또다시 답습하기도 하지만 그런 부류의 브리더는 변화하는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알아서 도태되기 마련이다. ​

300가지가 넘는 개의 품종 중 위에서와 같은 문제로 고통받는 품종은 그리 많지 않으며 그나마도 수의학과 유전학의 발달 및 여러 브리더들의 노력으로 과거의 오명에서 빠르게 벗어나고 있다.

고양이는 육종의 역사가 매우 짧으며 대다수가 자연발생 또는 지역격리에 의해 발생한 종을 고정시킨 것이기에 이러한 문제로부터 훨씬 높은 수준으로 자유롭다. ​

최근 브리더들은 현대 수의학 및 과학기술에 힘입어 과거보다 더 강건한 품종 동물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들은 과거의 품종동물이나 야생의 선조들에 비해 특정질병 및 건강 전반에서 더 강건한 개체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유전자 검사를 통해 특정한 교배조합을 회피하거나 육종학적 지식을 이용해 특정한 외모는 유지하거나 강화하되 과거 건강에 문제가 된 제약들은 제거하고 있다.

물론 자칭 브리더라 불리는 이들 중에 제대로 된 지식이나 윤리의식이 없는 사람도 분명 있지만 이는 앞서 설명한 의사나 요리사의 사례와 대동소이한 맥락이라 볼 수 있다.

모든 대통령이 국민의 안위와 행복을 위해 일하지 않는다고 대통령제를 폐지하자는 주장은 비약일 뿐인 것처럼 말이다.

우리 브리더들은 지금도 더 건강하고 행복하고 아름다운 동물들을 길러내고 이를 원하는 이들에게 합리적인 가격으로 분양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제대로 된 브리더가 길러낸 품종동물을 통해 행복과 위안을 얻는다.

물론 그냥 길에 다니다 보면 보이는 황구나 백구, 길에 돌아다니는 길고양이도 모두 귀엽고 사랑스런 동물들이다. ​

하지만 이미 우리 인류는 유전자를 바탕으로 새로운 동물 품종을 만들어내는 문화 및 기술을 발전시키고 향유해 왔다.

그러한 동물을 길러내는 과정에서 일부 내재적인 혹은 외부적인 문제가 있다고 해서 이러한 문화 자체를 폐기하자는 것은 공산당의 논리에 지나지 않는다.

'사지 마세요 입양하세요'라는 표어가 있다. 많은 이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 표어는 동시에 브리더 집단을 부도덕한 이들로 간주하는 혐오발언인 것도 사실이다. 사거나 무료로 입양하거나가 중요한 잣대가 아니다. 만일 이러한 주장이 사실이라면 품종동물을 기르는 모든 이들은 범죄자에게 동조하는 공범일 것이다.

오히려 더 중요한 것은 ‘제대로 공부하고 평생에 걸쳐 희생할 준비가 된 사람만 기르세요!’가 돼야 할 것이다. 막상 써 놓고 보니 표어치고는 너무 긴 것 같다. ‘준비와 희생없이 기르지 마세요!’ 정도면 조금 나은 것 같다.

자신의 생각과 다른 이들에게 혐오성 발언을 하는 것은 분명 속시원하고 신나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혐오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어떠한 도움도 되지 못한다. 100여 년 전 전 세계를 휩쓴 공산주의자들은 자본가를 혐오했고 그들을 모두 죽여 버렸다. 하지만 지금의 세상은 그런 공산주의자를 역사책에서나 기억하고 있다.

세계를 바꾼 것은 혐오가 아니다. 세계를 바꾼 것은 사실과 현실에 입각한 이해와 포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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